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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창고 떠도는 부자(父子)의 기막힌 사연

  • 2004-11-18 14:39

영국 유학생의 죽음, 그 사인을 밝히기 위한 아버지의 노력

영국에서 시위중인 이경호씨 가족(사진=이경운 군 추모카페 cafe.daum.net/leekyungwoon)

 


"나 또 온다. 반드시 데리러 온다"
10달 만에 처음 마주한 아들의 주검 앞에 아버지는 힘주어 말한다.



4년동안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냉동상태로 안치된 17세 소년, 그리고 아들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영국을 떠돌고 있는 아버지.

이 부자의 기막힌 사연이 지난 12일, MBC ''논픽션 공감''(금 밤 11:10, 연출 이동희) ''피살자의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찾아서''편을 통해 방송되자 아들과 아버지를 돕기위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거세어지고 있다.


시청자 김지혜씨는 "얼굴도 한번 본적 없고 이야기는 더더욱 나눠본적 없는 경운군의 이야기지만 더 늦기 전에 해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다 해주고 싶다"라고 글을 올렸고 권기영씨도 "우리 국민이 영국에서 이렇게 부당한 일을 겪으며 몇년을 투쟁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대사관은 무얼하고 있을까? 너무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방송 직후부터 고 이경운 군 추모사이트(www.leekyungwoon.com)는 사이트가 다운돼 다음카페(cafe.daum.net/leekyungwoon)와 네이버 카페(cafe.naver.com/righthearted.cafe)에도 아버지 이영호 씨를 도우려는 손길들이 몰리고 있다.

"우린 한국사람해야 해"

4년 전인 2000년 9월 29일, 영국 켄터베리의 한 도로에서 사망한 유학생 故 이경운 군은 아직도 영국의 한 병원에 냉동상태로 안치돼 있다.

사건 당시 영국 수사 당국은 제기된 많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무단횡단에 의한 단순 교통 사고''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운군의 죽음에는 영국사회의 무서운 인종주의적인 차별의식이 존재한다고 믿는 아버지 이경호씨(52)는 4년 동안이나 아들 경운 군의 장례를 미루고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에서 코리아 헤럴드 기자로 재직하다 스페인으로 이주 후에도 끝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이경호씨. 이국 땅에서 한국 유학생들의 도움으로 다용도실이나 세탁실에 얹혀 살며 40번 넘게 이집 저집을 전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그이지만 "우린 한국 사람해야 해. 우리가 한국 사람이니까 이렇게 도와주잖아" 하며 둘째 아들 이경진 군을 위로한다.


▲ 4년째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아버지 이경호 씨(사진=MBC)


40번이나 유학생집 전전, 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생활

이경운 군의 사건에 대한 의문은 유가족들이 영국에 도착하던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경찰이 알려준 사고현장은 실제 사고가 일어난 곳과 40m가량 떨어진 곳이었고, 교통사고임을 입증해주는 물증과 증인은 없었다. 경찰측과 장의사측에서 발급한 서류에 기재된 사망시간이 서로 달랐고,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도 가족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으며, 부검 결과조차 알 수 없었다.


법의학자 한길로 박사는 "바퀴로 넘어간 역과의 흔적으로 보기에는 손상이 미미하다"며 단순 교통사고라는 결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이경운 군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외교부 청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계속하고 모금활동을 벌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아버지 이영호씨는 지난주 각혈을 하고 쓰러져 응급실에서 정밀 검진을 받는 등 건강도 악화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곽인숙 기자 cinspain @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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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VER바랍2021-11-15 16:26:42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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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진 왕국 가야

  • KAKAO오계절2021-11-12 04:54:27

    관리자에 의해 삭제 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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