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제2차 세계대전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잔인함과 무자비함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독일의 박해를 피해 중국 상하이까지 도망쳤던 유태인 가족들은 "전쟁이 끝나고 유럽에 있던 친척들이 모두 가스실에서 살해당한 사실을 알고는 우리 모두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전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는데 영어로는 ''survival guilt''이다. 살아남으면 기쁘지만 죄의식도 함께 느끼니 모순이다.
중국 남경에서는 일본군의 살인, 강간행각도 유명했지만 무엇보다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할 만행은 가정파괴였다. 남편의 눈앞에서 부인을 성폭행하거나 아들에게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딸과 성관계를 가지도록 강요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정 자체가 파괴되고 말았다.
남경에서 남편을 잃은 한 미망인은 "I was dead. I had live because children needed me(나도 거기서 죽었다. 단지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해 억지로 살아있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냥 사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살아남았다. 이처럼 인간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모순이다.
미시시피강의 중류인 일리노이주 카이로부터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까지 강바닥이 모두 부드러운 모래다. 결국 근처의 도시들이 가라앉게 마련인데 미국인들은 "Mississippi River is America''s most unfortunate luck(미시시피강은 미국이 가진 가장 운없는 행운)"이라고 말한다.
[BestNocut_L]영어에서 모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에 원래 살던 인디언은 ''native American''이라 부르지만 이들 가운데 보호구역에 살면서 영어 한마디 못하는 사람을 ''native speaker''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땅은 그들 것이지만 영어는 우리 것이라는 이중적인 잣대가 담겨져 있다.
어떤 역사학자는 "The Second World War is a bitter memory for all man-kinds and the most expensive lesson of history(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에게는 비참한 기억이자 역사의 가장 값비싼 교훈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누가 비싼 것을 비참한 마음이 들 때까지 사서 쓰려 하겠는가? 비싼 값을 치르고 얻은 교훈이니 아껴서 오래 오래 간직하자는 의미다.
8월 15일 광복절은 우리에게는 독립을 뜻하지만 많은 다른 나라에도 평화가 도래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날을 맞아 우리는 조국의 통일, 평화, 광복, 자유 그 외에 너무 생각할 것이 많으니 "The 15th of August is the busiest day because it gives too many things to think about(8월 15일에 생각할 일이 너무 많은 바쁜 날)"이 맞는 모양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