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을 앞두고 각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들은 여야정치권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도를 수시로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각 후보와 그 캠프 당사자들일 것이다. 일반 독자들은 후보들에 대한 여론의 지지율 변화를 읽으면서 자신의 지지 태도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 캠프 입장에서 보면 여론조사야말로 중요한 홍보수단이며 한편 미디어로서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기사감이 된다.
여론조사는 미국에서 1936년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라는 잡지가 대통령 선거예측 모의투표를 한 것이 효시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조사들은 실제 선거결과를 잘 맞히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1940년대 말에 와서야 오늘날 여론조사의 대부로 알려진 조지 갤럽이 무작위 표본추출 방법을 찾아내면서 비로소 하나의 기업으로 성공한 것이다.[BestNocut_L]
미국사회학이 개발한 사회조사방법을 1950년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한 사회학자 이만갑 선생은 사회조사를 실시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다.
첫째, 표본의 추출방법. 표본은 실제 대상자인 모집단(母集團)을 수학적으로 대표할 만한 규모를 잡아야 한다.
이를 테면 3700만이 넘는 우리나라 전국유권자를 모집단으로 하는 대선 여론조사에서 더구나 철저한 무작위로도 추출되지 못한 1000명에서 많아야 2000명 정도의 표본을 가지고 전체 유권자의 태도를 측정하는 것은 과학적인 신뢰도를 가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둘째, 특히 여론조사와 같은 사회적 태도조사에서 한국인의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질문서 작성이라든가 조사로 얻은 자료 분석에서 미국인과 달리 아직도 자신의 정치적 태도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를 주저하거나 심지어 왜곡할 수도 있는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과학적 고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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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나라당 경선투표에서는 대의원 30%, 당원 30%, 일반국민 20%, 그리고 여론조사 20%로 대통령후보를 뽑는다고 한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 단일화를 단순히 여론조사결과로 결정한 무리한 사례가 있었던 것처럼 여론의 경향과 추세를 알아보는 정도의 표본조사 결과를 투표에 직접 반영한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모순이 있다.
김준길(명지대 연구교수) djunkk@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