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상상조차 하지 못한 불행을 맞닥뜨린 4명의 남자가 있다.
오랫동안 우정을 나눴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함께 키우며 음반을 낸 이들은 걸출한 가창력으로 단숨에 주목받았지만 곧 먹구름과 마주쳤다. 음반을 발표하고 고작 2개월 만의 불행이었다.
지방 공연을 마치고 서울로 오던 고속도로에서 4명이 탄 승합차가 5톤 트럭을 들이받는 대형 교통사고. 이 사고로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친구를 잃은 3명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각자의 부상도 심각했지만 이보다 슬픔을 견디기가 더 어려웠다.
원티드(WANTED). 불운한 그룹으로 기억되는 원티드가 3년 만에 새 음반으로 돌아왔다. 김재석(29), 하동균(27), 전상환(26)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고 먼저 떠난 故 서재호의 공석은 오랜 친구인 가수 이정이 채웠다.
고인과 하동균, 전상환, 이정은 2002년 그룹 세븐데이즈(7DAYZ)로 활동했던 사이. 두 그룹을 연결하는 뜻으로 원티드는 2집 제목을 ''세븐데이즈 앤 원티드(7DAYZ & WANTED)''로 정했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4명은 지난 3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졌을까 믿을 수 없었다. 원망도 컸다. 현실과 악몽을 구분할 수 없었으니까(전상환)."
[BestNocut_L]가족보다 더 가까웠던 친구를 잃은 전상환은 "시간이 약이긴 하지만 당시의 슬픔만 없어지는 것일 뿐 그리움을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라고 했다.
최근까지 사고로 입은 부상 치료를 해온 김재석은 "병실에 누워있으면서도 깨어나면 무조건 새 음반을 내야겠다 다짐했다"라고 했다. 하동균도 같은 생각이다. 지난해 솔로 음반(Stand Alone)을 발표했지만 원티드 2집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설명.
"원티드를 잘 아는 제3자가 필요했다"정작 작업을 시작하자 부담이 컸다. 어렵게 다시 만드는 만큼 널리 알리고픈 마음이 들었고 작사, 작곡에 욕심내기 보다 적당히 한발 물러서는 여유도 부려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잘 아는 제3자가 필요했다. 하고 싶은 음악을 양보하며 대중성을 넣었고 전체적인 프로듀서(최갑원)도 멤버가 아닌 사람에게 맡겼다(하동균)."
타이틀곡 ''아이 프로미스 유(I promise you)'',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등은 하동균의 설명대로 대중에게 친근히 다가가기 위한 노래. 반면 ''원더풀 데이(wonderful day)'', ''술버릇'', ''오 마이 줄리엣(Oh my juliet)'', ''눈물로 살아요'', ''사랑이란'' 등은 원티드의 색깔을 드러내는 곡들이다.
특히 김재석이 작곡한 ''술버릇''은 하동균과 이정의 하모니가 절정을 이루는 곡. 하동균의 절규하는 음색이 음반 전체를 장악하며 완성도를 높인다.
전성환이 작곡한 ''눈물로 살아요''는 백지영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애잔함을 더하고, 하동균이 홀로 부른 ''사랑이란''은 깔끔한 R&B의 매력을 전한다.
"새로운 색으로 음반을 채우고 싶었다. 하나의 장르에 치우쳐서 고집할 필요는 없다. 대중과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고 생각을 모았다(김재석)."
수록곡 중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도 빼놓을 수 없다. 故 서재호가 생전 부른 미발표곡으로, 전상환이 우연히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다 발견해 새 음반에 넣었다.
ㄷ
음악으로나 표현에서도 한 단계 원숙해져 나타난 원티드는 음반을 내면서 욕심을 반으로 줄였다.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는 초석으로 2집을 삼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다.
"2집은 원티드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지만 3, 4집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계속 같이 할 수 있는 연결이다(전상환)."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든, 어떤 음악을 하든지 대중은 타이틀곡만으로 원티드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2, 3, 4집이 계속되면서 대표하는 노래들이 쌓이면 그때 원티드의 음악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하동균)."
전상환은 음반에 ''내 사랑하는 친구의 못다한 꿈을 멋지게 이루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4명은 목에는 2집 제목과도 같은 ''7DAYZ & WANTED''라고 새겨진 목걸이가 2년째 걸려있다.
슬픔과 성숙으로 완성한 원티드의 새 음반이 감성 깊은 음악을 기대하는 가요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