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정치 일반

    비정규직법, 중규직만 대량 양산?

    • 2007-07-03 10:46
    • 0
    • 폰트사이즈
    홈에버

     

    "해고 통지서도 없었어요. 한마디 말로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아이가 넷인데 집에도 못들어 가고 힘들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억울하고 고통스러워서 여기 있는겁니다."

    7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정규직 법이 드디어 시행됐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법인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 점엔 지난 1일 0시부터 천 여명의 노동자들이 1층 마트와 2층 일부를 봉쇄하고 밤샘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재 2층 의류 매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 이랜드 일반노조 홍윤정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랜드는 뉴코아처럼 해고자를 대신해 외주 용역화를 강제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금 PDA가 뉴코아에 제일 먼저 들어왔지만 7월1일부터는 2001 아울렛에 도입됐고 바로 홈에버에도 도입된다고 한다. 외주 용역화 역시 뉴코아에 제일 먼저 도입됐지만 바로 홈에버로 이어질 것이고 노동자들은 해고 될 위기에 처해 있어 파업을 하는 것이다. 사실상 올해 초 홈에버에서 일하는 용역 직원 1100명중 950명 정도는 이미 해고된 상태다."라며 파업 이유를 밝혔다.

    차별금지제도와 2년 고용 후 정규직화를 골자로 한 것이 개정법이지만 이랜드 계열 유통업체 노동자들은 외주 용역화라는 움직임 앞에 해고의 불안에 놓이게 됐다고 한다. 사측에 비정규직의 계약 해지를 중단하고 해고된 조합원들의 복직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교섭 요청을 시도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다. 파업이 진행되면서 사측에서 제한 한 것은 직무급제로의 정규직 전환. 하지만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직무급제 제안을 받았다는 한 조합원은 "비정규직한테는 정규직 되는 게 꿈이니까 제안을 받아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정규직을 시켜 준다 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진짜 정규직이 아니라 또 다른 비정규직. 정규직을 가장한 평생 비정규직이라는 직함이였어요. 상여금도 없고 복지혜택도 없이 직무별로 급을 나눠서 평생 그 일만 하는 게 직무급제거든요." 중규직이라 불리는 직무급제는 비정규직과 비슷한 고용조건에서 무기계약을 통해 고용보장만 해주겠다는 것이란다.

    점거 농성중인 조합원들 대부분은 40대의 주부, 그들 중엔 정규직 비정규직이 따로 없었다. 생계를 책임 져야 하는 가장인 경우도 많았다. 자식들에게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그들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작년에 남편이 실직을 해서 이곳에 들어왔거든요. 전 굉장히 절박해요. 그런데 동료한테 내일까지만 근무하고 나오지 마라 이런 통고를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는 상태에서 그 전날 하는 거예요. 그 다음이 제 차례라고 하더라고요. 황당하죠. 기껏 한시까지 야간 작업해도 택시수당 합쳐서 73만원 정도밖에 못 타요. 근데 계약해지가 된다면 저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정말 열심히 일했거든요. 그러니 근무를 해도 고객한테 웃음이 나오겠어요."

    "정규직은 천원주면 비정규직은 오백원 밖에 안주니까 똑같이 일하면서 그런 거 두 번 이상 겪고 싶지 않아요. 제 일자리 찾아 다시는 잘릴 걱정 없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