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地籍)에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지적제도에 두 번 놀란다.
지적도상의 경계와 실제 지형의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불부합지(不 符合地)가 너무 많다는 데에 한 번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난 100여년동안 몇 가지 미봉책을 제외하고는 이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는 데에 또 한 번 놀란다.
분명 거금을 들여 마련한 내 땅인데도 실제 측량을 해보면 수십년동안 남의 땅에 살고 있거나 이웃이 내 땅을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땅 한 평에 수백만~수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는 현 시대에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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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지적의 근본적 한계와 그 때 그 때 다른 축척체제=일제는 1910년 토지조사사업을 실시하면서 1천200분의 1 축척의 도해 지적도를 작성했다. 일제는 6년 후 또 다시 임야조사령에 근거해 6천분의 1 축척의 임야도를 만들었다.
토지
이후에도 우리나라 지적은 지역적 특성과 그 때 그 때의 필요에 따라서 축척이 다른 도해 중심의 지적도를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이처럼 토지에 따라 축척이 제각각이다 보니 축척이 다른 토지 경계면의 정보 정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당 전문가들은 실제 면적과 공부 면적이 지적법에서 규정한 허용오차를 벗어난 지역이 전국적으로 최소 15%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단순히 그림으로는 엄청난 넓이의 토지를 도면에 소화해낼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령 1천200대 1 축척의 지적도에서 가로·세로 12m의 토지(약 44평)는 도면에 각각 1㎝로 표현된다. 물론 모든 토지 경계면이 직선인 것도 아니다.
결국 그림 방식을 고집하는 한 직선과 곡선이 연속된 굴곡선이 많은 토지경계는 부정확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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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관련 업무의 다원화=토지관련 업무가 일원화돼 있다면 그나마 사정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토지와 관련된 공시법은 지적(행정부)과 등기(사법부)로 이원화돼 있다.
현 지적도가 실제 지형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 지적정보가 다시 등기정보와도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율을 할 수 있는 과정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것이다.
토지관련 업무도 마찬가지다. 현 토지업무는 행정부와 사법부로 이원화돼 있고, 행정부 내에서는 다시 재정경제부(부동산 종합정책, 국·공유재산관리 등), 행정자치부(토지·건축물 등록고시, 주거표시제도 등) 등 8개 부처로 다원화돼 있다.
행정의 효율성과 민원 해소는 커녕 지적관련 업무에 대한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과거 두 번의 지적제도 개선작업에 대한 노력이 물거품이 됐던 여러 이유 중의 하나도 이처럼 관련 부서가 다원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지적공사 관계자는 "업무가 지나치게 분산돼 있다보니 행정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문제점이 발생해도 부처 이기주의로 흘러 유야무야 끝나고 만다"며 "토지 업무를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