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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훈 작곡가, "요즘 가요계 겁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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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인터뷰] 히트곡 묶은 작품집 ''옛사랑 2'' 발매한 이영훈 작곡가

    이영훈

     



    작곡가 이영훈(47)은 ''광화문 연가'',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옛사랑'', ''휘파람''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진한 발라드를 만들어 대중의 감성에 깊이를 더한 음악인으로 기억된다.

    곡을 만들고 노랫말을 붙인 모든 대중가요를 오직 가수 이문세에게만 줬던 이영훈은 1,0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대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음악 인생 20년을 맞았던 지난해, 그는 히트곡을 편곡해 장르와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에게 선물하고 첫 작품집 ''옛사랑''을 발표했다.

    전인권, 임재범, 이승철, 윤도현, 버블 시스터즈, 클래지콰이 등 총 16명(팀)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흔하게 만날 수 없는 독창적인 앨범을 선보인 이영훈이 새로운 가수들과 손잡고 2번째 모음집 ''옛사랑 2''를 세상에 내놓았다.

    중견가수 정훈희를 비롯해 김건모, 윤종신, 성시경, 박혜경, 윤건과 힙합 그룹 리쌍 등의 참여로 완성한 2번째 ''옛사랑''은 갈수록 가벼워지는 대중음악계에 묵직한 무게를 더한다.

    작곡인생 20년을 기념하고자 의미 있는 기획을 하고 386세대에게 뜻깊은 음악 선물을 건넨 이영훈 작곡가는 2장의 음반에 총 11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모두 자신의 노래인데다 편곡도 직접해 제작비가 크게 들지 않았을 텐데도 순수 음반 제작비로 11억 원을 투자한 그의 결단력은 가요계 안팎에서 화제를 낳았다. 물론 이유는 있다.

    [BestNocut_L]"모든 악기를 실연으로 완성했어요. 노래를 부른 가수들에게도 가창료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20년 음악생활을 돌이키는 작업인데 허투로 하고 싶지 않았아요. 제 얼굴과도 같은 음반이잖아요."

    "냉정한 평론을 받고 싶다"

    하지만 앨범이 ''편집음반'' 목록에 올라 있고 평론가들에게 논의되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은 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작곡가가 자신의 히트곡을 다시 만들고 새로운 가수들로 ''정예 부대''를 짠 시도는 분명 독창적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차갑고 이를 평가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인색하기 때문이다.

    "형편없다는 이야기도 좋으니 평론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왜 우리에게는 음반을 분석하는 평론가들이 드문 걸까요? 냉정하게 평가받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앨범의 결론은 나지 않아요."

    이영훈 작곡가는 내친김에 그동안 가슴 속에 품어왔던 속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 놓으며 천편일률적이고 흥행 위주로 짜인 요즘 가요계의 획일화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댄스 10년, 소몰이 5년을 지나고 나니 대중은 선곡 능력을 잃은 것 같아요. 가요를 만드는 제작자들도 겁이 없습니다. 방송 제작자들마저 도무지 음악을 듣지 않고 심지어 FM에서도 음악 대신 수다만 떠는 형국이죠."

    ''옛사랑''을 기획하고 제작한 의도도 함께 밝혔다.

    "내심 이 음반이 포석이 돼 어려운 대중음악이 돌파구를 찾기 바랐습니다. 죽어나가는 CD 시장에 활로가 열리고 다른 제작자에게 문을 열어주고 싶었죠. 온라인 음원 시장만 보는 일부 제작자에게 경각심도 일으키고요. 현재의 문제를 하나씩 짚어내는 작은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믿었습니다."

    이영훈은 "기대를 채우지 못하는 중"이라고 어렵게 고백했다. 맞닥뜨린 가요계는 음악을 선별하거나 수용하는 기회가 철저하게 단조롭다면서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이 상태 계속되면 10년 이내 작곡가의 씨가 마를 것"

    더욱이 최근 들어 속속 등장하는 후배 작곡가들의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영훈은 수많은 가요를 만들었지만 단 한 번도 표절 의혹에 휩싸이거나 다른 노래와 비슷하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

    "곡을 만들다 보면 실수할 수 있다고 이해하지만 엄연히 표절은 창작을 저해하고 지탄받아야 한다"라는 이영훈은 "전개는 물론 요즘은 노래의 모티브까지 베끼는 일도 있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요 제작자가 암암리에 표절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10년 이내 작곡가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영훈

     

    물론 선배 음악가로서 책임도 절감한다. 우리 가요계를 이끌어온 좋은 음악군이 꾸준히 이어질 수 없던 데 따른 미안함도 크다. 때문에 후배 가수들에게 아낌없이 곡을 선물하고픈 마음도 있다.

    "다른 이들보다 음악적으로는 좀 넉넉한 편이라 실력 있는 후배 가수에게 노래를 주고 싶죠. 지금까지는 이문세 씨만 제 노래를 불렀는데 앞으로는 여러 가수들에게 새로운 노래를 주고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이영훈은 "작곡가로서 덕을 많이 쌓아야겠어요"라고 했다. 좋은 음악인 집단을 형성해 구심점으로 삼고 폭넓은 음악이 사랑받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희망에서다.

    더불어 20년 동안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고 아껴준 음악팬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저를 끝까지 아티스트로 남도록 도와준 사람들은 제가 만든 노래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불러주는 대중"이라는 이영훈은 "요즘 가요 환경이 어렵고 음반 시장이 어려워도 자리를 지키면서 선, 후배들을 도와 꾸준하게 음악활동을 하겠다"라고 든든하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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