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몰려온다.
촬영을 시작했거나 기획 중인 드라마가 여럿인데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TV에서도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 기발한 이야기와 속도 있는 극 전개의 장점이 있는 만화가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드라마 시장에서 각광받는 덕분이다. 앞서 방송한 ''풀하우스''와 ''궁''의 히트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오는 16일 첫방송하는 SBS ''쩐의 전쟁(극본 이향희·연출 장태유)''은 인기 만화가 박인권의 작품. 스포츠 신문에 연재하며 인기를 얻어 드라마 제작까지 이어졌다.
명문대 출신의 주인공이 인생의 나락을 맛보고 사채업에 뛰어드는 ''쩐의 전쟁''은 돈과 폭력에 얽힌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짙은 농도로 그린다. 원작은 돈을 놓고 벌이는 폭력과 섹스 등 사회의 검은 모습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드라마는 표현 수위를 낮춰 순화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BestNocut_L]연출을 맡은 장태유 PD는 "선정적이고 저속한 표현이 끊임없이 나오는 원작은 ''인간극장''에서나 맛보는 현실감이 있지만 그대로 극화하기는 어렵다"라면서 "사채라는 낯설고 자극적인 소재로 일반 시청자에게 얼마만큼 다가서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작품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할 제작진과 달리 연기자는 오히려 원작 검토를 꺼린다. ''쩐의 전쟁'' 주인공 금나라 역을 맡은 배우 박신양은 캐릭터 표현을 위해 일부러 원작 만화를 읽지 않았다.
신영우 작가의 만화 ''키드갱(극본 박계옥·연출 조찬주)''도 케이블TV OCN을 통해 오는 18일부터 16부작으로 방영된다. 한 때 전국을 평정했던 ''피의 화요일파''가 공소시효 6개월을 앞두고 우연히 젖먹이 아기를 맡으며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코믹 극으로 손창민, 이종수, 이기우, 김빈우 등이 출연한다.
인기만화 ''식객'', ''대물'' 드라마 제작 추진 중 이 밖에도 인기 만화가 허영만의 화제작 ''식객''의 드라마 제작도 추진 중이다. 사전 제작으로 완성해 올해 초 방영할 계획이었지만 출연자 캐스팅 등이 난항을 겪은 ''식객''은 늦어도 오는 7월~8월경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쩐의 전쟁'' 박인권 작가의 또 다른 인기작 ''대물''도 드라마로 제작된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주인공의 음모와 사랑을 담은 ''대물''은 ''쩐의 전쟁''을 만드는 외주제작사 이김프로덕션이 제작한다.
이김프로덕션 조윤정 대표는 "드라마 ''여인천하''와 ''무인시대''를 지필한 유동윤 작가가 극본을 맡아 힘있는 드라마로 완성할 것"이라며 "네티즌 투표에서는 이영애 씨가 드라마 주인공으로 가장 잘 어울린다고 나왔는데 현재 주인공을 결정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제작사가 내다보는 방영 시기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자연스럽게 대선과 맞물리면서 이슈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만화가 드라마로 줄줄이 제작되는 이유는 검증된 콘텐츠로 흥행을 보장받으려는 의도다.
드라마 제작사 이가미디어 이혜형 대표는 "출판만화는 모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원재료"라면서 "일본에서는 만화의 드라마 영화 등 영상화가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많은 사람이 드라마를 쓰지만 작가들은 창작에 늘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유명 만화 대부분이 제작사에 판권을 판 상태로 검증된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