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 데 가장 큰 약점은 한 단어에 한 가지 뜻밖에 없다고 믿는다는 것은 앞에서도 소개한 적 있다.
사실 한 가지 단어가 우리말로는 여러 뜻이 있을 수 있고 우리말로 여러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영어로는 고작 한 가지 단어밖에 쓸 수 없을 때도 많다.
우리는 조심하라는 말을 ''be careful''로 외우는데 사실 항상 같은 말만 쓰면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이나 지루하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옛날 건물일수록 이상하게 출입문이 작아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서양사람들이 지은 것도 500년 전 건물을 보면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정도로 문이 낮다.
독일의 한 마을에 간 적이 있는데 모든 가옥이 500년 전에 지은 목조건물이었다. 그런데 문이 작아 한국인치고 키가 작은 나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같이 간 영국인 친구는 ''Mind your head(머리 조심해)''라고 말한다. ''Mind''는 보통 ''꺼리다'' ''신경이 쓰이다''로만 알려진 단어다.
중학교 때 배운 ''Would you mind if I smoke(담배 피워도 될까요?)''라는 문장에서 긍정문으로 ''Of course''라면 ''절대 안 된다'', ''Not at all''이라면 ''피우시라''는 의미로 긍정부정이 바뀐다는 것만 시험용으로 가르쳤다.
결국 나중에 ''mind''로 문장 하나 못 만드는 벙어리가 양산된다.
사실 영미권에서 ''mind'' 뒤에 ''if''절을 붙이는 경우도 많지 않다.[BestNocut_R]
''I mind him writing this chatty letter(그 친구가 이렇게 수다를 떨며 편지를 쓴 것 자체가 신경이 쓰여)''라는 문장을 보자. 어디에도 ''if''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잘도 문장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편지가 수다를 떤다(chatty letter)''는 말조차도 만들지 못하겠지만 결국 편지가 시끄럽다는 것은 편지를 쓴 사람이 수다를 떤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는 많다.
''나는 한번도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라고 할 때 그 사람을 우연히 만난 것(come across)인지 약속을 정해 1대 1로 만난 것(meet)인지 알기 어렵다.
보통 우리가 ''소개하다''로만 기억하는 ''introduce''라는 말을 우리는 ''May I introduce~''로만 기억하니 문제다.
만일 정식으로 누군가의 소개를 받아 명함을 교환하고 사업이나 기타 중요한 이야기까지 한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을 단지 만난 것이 아니라 안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 ''I have been introduced to him''이라고 말해야 한다.
만나는 것도 종류는 다양하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