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람
''얼짱'' 당구소녀 차유람(20)과 그 언니 차보람(22)이 출전한 지난 11일 ''익스트림 컵 빌리어즈 2007'' 쓰리쿠션 대회. 이날은 차유람을 비롯해 ''검은 독거미'' 자넷 리, ''몸짱'' 당구미녀 샤넬 로레인 등이 출전해 취재진이 적지 않았다.
경기 전 사진기자들은 지난해 9월 자넷 리와 묘기당구 대결 이후 당구스타로 떠오른 차유람에게 당연히 사진취재 요청을 했다. 이번에는 언니 차보람도 함께 하는 포즈를 부탁했다.
그런데 차보람은 사진기자들을 피해 한쪽으로 비켜섰다. 분명히 사진기자들이 자매의 사진을 원했지만 이들의 말을 얼른 이해하지 못한 차보람은 익숙한 일처럼 동생의 촬영을 위해 물러선 것이었다.
동생과 사진기자들이 부르자 그제서야 차보람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같은 당구선수지만 ''당구얼짱''으로 온-오프라인의 열띤 관심을 받아온 동생에 비해 약간은 소외됐던 저간의 사정이 묻어나는 대목.
4강 전 자매 맞대결 패배 뒤 눈물[BestNocut_L]차보람을 처음 본 것은 지난 1월 CBS TV프로그램 ''새롭게 하소서''의 녹화장에서였다. 당구스타로 떠오른 동생 차유람의 녹화에 가족이 함께 온 것이었다. 화려한 외모만큼 조리있는 말솜씨의 동생과 달리 차보람은 수수한 얼굴에 수줍은 듯 다소 어눌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다시 본 것은 지난 2월 포켓볼 대회인 ''KPT 코리아 프로 풀 투어 챔피언십''에서였다. 여기서 차보람은 동생 차유람과 4강전에서 만났지만 2-5로 지면서 결승행이 좌절됐다.
4강전 뒤 동생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차보람은 한참동안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 붉어진 눈으로 나온 차보람에게 차마 인터뷰 요청을 할 수 없었다.
이후 자매의 동반 미국 진출 뒤 2개월만에 쓰리쿠션대회에서 만난 차보람은 한결 밝아진 표정이었다. 동생만 관심을 받는 데 대한 서운함은 없을까.
"동생은 동생, 나는 나"…"평범함 속에 발전하고 싶어"
차보람 자매
차보람은 지난 2월 맞대결 얘길 꺼내자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라며 농을 건네면서 "어쩔 수 있나요. 동생은 실력도 좋고 얼굴도 예쁘잖아요. 나는 아직 배우는 단계니까"라며 웃었다. 차보람은 중학교 2학년 시절 동생과 비슷한 시기에 당구를 시작했으나 지난 2004년부터 2년 동안의 휴지기 이후 지난해 8월부터 다시 큐를 잡았다.
차유람은 지난해 9월 첫 인터뷰에서 "테니스를 치던 언니가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게 싫어서 운동을 시작했고 당구로 이어졌다"고 했다. 대부분 ''동생''이 그런 것처럼 차유람도 언니에 뒤질 수 없다는 욕심이 있었고 그것이 지금 한국 최고 수준의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이에 대해 차보람은 "동생의 승부욕은 배우고 싶은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좀 평범한 것 같고 또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보람은 "나는 빨리 성공하는 것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언젠가는 성과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보람은 11일 예선전을 위해 혼자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지만 이미 차유람, 자넷 리, 로레인 등의 경기가 끝나 취재진은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였다. 다른 일정을 위해 경기장을 나서는 기자에게 "왜 우리 보람이는 취재를 안 하느냐"며 서운해하는 차보람 자매의 어머니 고소영씨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