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Fear is contagious." 제 2차 대전에 참전한 군인이 겪은 가장 큰 고통이 뭐냐는 질문에 공포라는 대답을 한다.
혼자만 무서운 것이 아니다. 서로를 지켜줄 전우들 가운데 누구라도 공포에 질리면 이상하게 공포가 부대 전체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표현을 한국사람은 "Fear spread away"라고 말하는데 우리말식 표현이 그대로 살아 ''공포는 퍼져나간다''고 말한다. 그런데 영어로는 ''공포는 전염된다''고 표현한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사랑을 콜레라에 비유했다. 사랑의 열병은 콜레라처럼 전염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어+동사라는 공식을 너무 강조하는데 ''contagious''가 우리말로는 형용사이지만 이 문장에는 엄연히 동사인 be동사가 있다.
즉 be동사도 우리말의 ''~이다''처럼 말이나 연결하는 연결사가 아니라 독자적인 동사로 인정해야 영어작문이 쉬워진다.
이 참전용사는 이런 공포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것이 서로간의 이해라고 말한다.
[BestNocut_R]독일군포로 확보작전 때의 일이라고 한다.
병력 중에 독일어를 아는 친구가 둘이나 있자 한 친구가 "My German is as good as his"(나도 저 친구만큼 독일어를 합니다)라며 어려운 작전에서 자신을 빼주고 대신 들어갔다가 전사한 이야기를 하는 노인의 어깨는 가늘게 떨린다.
이런 이해가 없으면 공포와 싸워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문장 역시 한국사람이 말하면 "I speak German as well as he does"로 말해 반드시 사람을 주어로 두려고 하는데 독일어가 주어가 되도 무방하다.
사람을 전시에 괴롭히는 공포라는 놈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서로의 결점을 감싸면서 보호해야 할 단합심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다.
지휘관이 무능해서 병사들이 화가 나면 중대 선임하사는 "I don''t want to protect company commander, but I want to protect our integrity(중대장을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단결심을 보호하고 싶다)"라며 부대원을 무마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추상명사가 목적어로 등장해 훨씬 좋은 문장이 탄생한다.
영어의 생명은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손에 잡히건 잡히지 않건 다 주어와 목적어가 될 수 있고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을 주어, 목적어로 삼으라는 것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