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밴드
상큼한 음악으로 사랑받은 상상밴드가 대중 앞에 두 번째 상상을 펼친다. 마냥 행복하던 1집에 비해 상상의 폭이 깊어진 2집을 들고서다.
베니(보컬), 쇼기(베이스), 정상(드럼)은 "노래도 악기에서도 거추장스러운 것을 빼고 있는 그대로를 담았다"고 입을 모았다.
방송 출연에는 빠지지만 음반을 함께 만든 무크(기타)까지 더해 멤버 4명이 각자에게 가장 편안한 음악으로 빚어낸 2집은 상상밴드에게 또 한 번 핑크빛 노래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진다.
타이틀곡으로 발라드 ''가지마 가지마''를 택한 것도 의외다. 변화의 이유가 뭘까.
"1집 때는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피너츠송'', ''훌라훌라''처럼 밝은 노래로 주목받았지만 그 외에 감성 짙은 노래도 있었다. 일단 몇 곡만 알려지면 다른 노래는 관심을 얻지 못한다."
리더 쇼기의 말대로라면 상상밴드는 이번 음반에서 잘 맞는 옷을 찾았다. 전체적으로 어쿠스틱 위주의 편곡에 피아노 연주 비율을 늘렸고 기타의 비중은 줄였다. 인위적이 되고 싶지 않았던 이유에서다.
여성 보컬 베니는 "솔직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1집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아도 언제나 밝게 노래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 2집은 더는 숨기고 살지 말고 편안하게 감정을 드러내자는 마음을 담았고 이번에는 시끄럽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
베니, ''가지마 가지마'' 노랫말 쓸 때 이별 아픔 겪어 상상밴드는 몇 번 이나 ''솔직함'',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쇼기가 작곡하고 베니가 노랫말을 붙인 ''가지마 가지마''는 밴드가 선보이는 발라드의 새로운 매력과 만나는 곡이다.
노랫말을 쓸 즈음 진한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는 베니는 가슴 밑 바닥에서 끌어올린 목소리로 노래한다. ''가지마 가지마 나를 버리지마 식어가는 마음이라도 괜찮아''라는 가사는 베니의 경험담이다.
베니가 만든 곡 ''러블리 걸(Lovely girl)'' 역시 ''달콤한 모든 말 나에게 해줄 사람이 생길 거야''라는 가사가 들어있다.
"쓰는 가사가 모두 내 이야기"라는 베니는 "왜 난 남자가 안 생길까? 난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인데 라는 감정들을 모두 노래에 녹인다"라고 했다.
[BestNocut_R]이 밖에도 ''훌라훌라''를 잇는 경쾌한 매력의 ''삐삐웨딩송'' 부터 봄바람 부는 요즘 들으면 좋을 ''발걸음'', 잔잔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상상월드'' 등 다양한 노래가 담겼다.
이를 모두 들으면 곧 보컬 베니가 표현하는 갖가지 목소리와 기교에 놀란다. 모든 곡을 같은 사람이 불렀다고는 믿기 어렵다.
"노래마다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장점이지만 반대로 목소리에 독특한 나만의 색깔이 없다는 얘기도 된다. 기분에 따라서 목소리가 달라지는 편인데 ''발걸음''이란 노래는 러브홀릭의 이재학 씨와 와인을 한 잔 마시고 녹음한 노래다(베니)."
상상밴드
''환상의 커플'' 등 드라마 OST 참여 밴드로 음반을 준비하며 겪은 어려움을 빼놓을 수는 없다.
"2집으로 상상밴드의 인생 길이 달라질 수 있다. 밴드는 노래를 팔 수도 없고, 제작비를 마련하려고 하기 싫어도 세션을 해야할 때가 있다(정상)."
그룹 이름에서도, 노래에서도 기분 좋은 상상만 할 것 같은 이들이지만 현실은 상상처럼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찾은 돌파구는 드라마, 영화 OST 작업으로 영상과 음악을 접목하는 작업이다. 1집을 끝내고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 ''포도밭 그 사나이'', ''환상의 커플'' OST를 작업했고 베니는 특히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출연하기도 했다.
음악을 들고 다양한 창구에서 대중과 만나는 상상밴드는 "트랜드를 따르지 않고 오래도록 하고 싶은 음악을 상상한다"라고 했다.
상상밴드의 유쾌한 상상은 속이 꽉 찬 새 음반 덕에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