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수학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러셀의 역설''을 들어봤을 것이다. 러셀의 역설을 수식으로 나타내면 N={A|AA, A는 집합}, M={A|A∈A, A는 집합} ∴ N∩M=이다. 집합 N은 N의 원소인가? 잘 모르신다? 그렇다면 러셀이 쉽게 설명한 예를 들어보자.
한 마을에 이발사 한 명이 있다. 이 이발사는 면도를 스스로 하지 않는 사람들 전체를 면도해 준다고 말한다. 이 이발사는 자기시 스스로 면도를 하는가? 만일 이발사 스스로 면도를 한다면 자신의 가정과 일치하지 않고, 그가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의 주장에 따라 자신을 면도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모순이 되고 만다.
어렵다? 그렇다면 이 예는 어떠한가? 어느 선원 한 명이 항해를 하던 중 사고를 당해 표류를 하다가 식인종이 사는 섬에 도착했다. 이 마을에는 외부인이 나타나는 경우 한가지 명제를 말하게 한 후 이 명제가 참이면 불에 태워 죽이고, 거짓이면 물에 빠뜨려 죽인다고 한다. 이 선원이 살 수 있는 명제가 있을까? 없을 것 같지만 있다. ''당신들은 나를 물에 빠드려 죽인다''라고 말해 목숨을 건졌다. 식인종들이 선원을 물에 빠뜨려 죽이려고 하는 순간 이 명제는 참이 되고, 불에 태워 죽이려는 순간 이 명제는 거짓이 된다.
똑같은 상황이다. 최근 MBC 아나운서국에 적을 두고 있다가 프리랜서로 독립한 김성주 아나운서가 처한 입장과 비슷하다. 그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처단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 그가 언론의 칼침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명제는 있을까?
"그동안 보은을 베풀어준 MBC방송국을 그만두었으니 프리선언을 한 이후에 MBC에는 출연하지 않겠다"와 "좀 더 넓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 프리랜서를 선언했지만 보은을 베풀어준 MBC에만 출연하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김성주 아나운서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아마도 언론의 칼침이 조금은 줄어 들듯 하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명제 모두 모순이다. 보은을 입은 MBC에는 출연하지 않겠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고, 프리랜서이면서 MBC에만 출연하겠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요즘 김성주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언론은 ''러셀의 역설''을 김성주 아나운서에게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옆에서 봐도 참 답답할 따름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