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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선수들 직업은 국회의원,변호사,스님



스포츠일반

    격투기 선수들 직업은 국회의원,변호사,스님

    • 2007-02-16 16:23

     

    ''국회의원에서 스님까지.'' 격투기만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수들이 모이는 스포츠종목도 드물다. 세계적 팬을 확보하며 격투계를 호령하는 일부 정상급 선수만이 현재 직업을 ''격투선수''라고 말할 수 있다. ''격투가(Martial Artist)''라는 존칭은 이들에게만 붙여진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링에 올라 피를 흘리고 받는 파이트머니로는 생계를 꾸려갈 수가 없다. 그래서 상당수가 ''''투잡스족''''이다. 또다른 한무리는 격투기를 운동 삼아 하는 사람들이다. 본업이 격투기가 아닌 사람들의 현직 또는 세계정상에 오른 격투선수들의 전직을 살펴보면, 다양한 인간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 시장이 작고 환경이 열악한 국내에서 뛰고 있는 격투선수들 중 본업이 격투선수인 이는 한사람도 없다.

    ㈜엔트리안(대표 박광현)이 주최하는, 국내대회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스피릿MC''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들의 직업만 봐도 이는 금세 입증된다.

    스피릿MC 헤비급 챔피언으로 현재 일본 종합격투기 프라이드 무대에서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계 캐나디안 데니스 강(30)은 이제 본업이 격투선수다. 그러나 그가 본업을 격투기로 삼고 인정 받게 된 것은 겨우 2년반 전의 일이다. 격투선수로 이름을 얻기 전 캐나다 밴쿠버에서 주로 일한 그의 직업은 나이트클럽 문지기에서부터 밴쿠버 주정부 전산요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체육관에서 이를 악물고 훈련한 결과 오늘날이 있게 된 것이다.

    이 대회 아마리그에는 현직 변호사까지 링에 올라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서울 서초동 소재 법무법인 GL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우동(34)씨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지난해 말까지 세차례나 링에 올랐다.

    정규경기 때마다 출전하고 있는 선수 중엔 학생도 많다. 웰터급의 강자로 챔피언 도전자 결정전을 앞두고 있는 권아솔(21)은 일본 규슈 오이타현에 있는 리츠 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교(APU) 경영학 전공 학생신분이지만 지금은 휴학 중이다. 그의 꿈은 당분간 종합격투기에 매진한 뒤 나중에는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다.

    또 미들급의 기대주 차정환(23)은 호텔 이벤트팀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연회석 세팅 등으로 생계를 유지한 적도 있다.

    이밖에도 해장국 장사를 하다, 지금은 양계업에 전념하고 있는 김수용씨가 아마리그 경기에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오래 전 이 대회에는 만화가인 유태량, 김호성씨가 출전,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한국대회 출전차 한국에 온 일본선수 중에는 ''초밥왕'' 출신 나카쿠라 히사토와 스님인 하마다 준페이도 있었다.

    아마리그에 출전한 선수들의 본업은 이들보다 훨씬 더 다양해 육군장교에서부터 노래방 사장, 철판구이 요리사, 건설회사 관리직 중역, 컴퓨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직업이 없을 정도다.

    차정환은 "종합격투기만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그러나 어느 분야든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믿음으로 산다"고 밝혔다.

    일본의 프라이드, 미국의 UFC 등 외국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경우도 한국 선수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세계 격투계의 두 거목인 표도르 에밀리아넨코(31·러시아)는 직업이 격투선수지만, 미르코 크로캅(32·크로아티아)의 본업은 격투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격투기를 직업의 하나 또는 전부로 선택한 이유는 공교롭게도 똑같다. 바로 가족의 생계와 존재가치의 증명이 그것. 입문하게 된 주변환경도 같았다.

    이들이 격투기를 ''삶의 수단''으로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 계기는 지난 1992년 1월1일 단행된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다.

    어려서부터 숱한 내전을 지켜보며 세상의 살벌함을 체험할 수밖에 없었던 크로캅은 아버지와 함께 강해지기 위한 각종 훈련을 거듭했다. 그는 1991년 발발한 ''크로아티아 내전''을 계기로 특수부대에 입대, 5년간 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동·서양의 여러 무술을 섭렵, 대 테러진압 부대의 무술교관에 임명된 크로캅은 제대 후 경찰에 몸담기도 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크로아티아의 ''크로(Cro)''와 경찰을 뜻하는 ''캅(Cop)''이 합쳐진 ''''크로캅.'''' 본명은 미르코 필로포비치다. 그는 현재 크로아티아의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기가 없어 훈련을 안할 때는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친다. 최근 크로아티아의 한 언론은 크로캅이 2년 후 격투계를 아주 떠나기로 아내와 약속했다고 전해 귀추가 주목된다.

    표도르는 러시아 국기이자 호신술의 일종인 삼보선수 출신이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화려한 입상경력을 쌓은 그이지만, 소련붕괴 이후 차차 줄어든 삼보선수에 대한 지원은 생존의 다른 방편을 자주 생각하게 했다. 그래서 1999년 결혼, 딸까지 얻은 표도르는 이듬해 드디어 종합격투기에 입문했고, 프라이드의 세계헤비급 절대강자로 자리잡았다.

    언제 링에 오르기 시작했건, 정상에 섰든 아니든 이들이 링에 오르는 이유가 단지 ''돈''에 있지만은 않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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