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처럼 말하는 남자, 말투와 행동이 남달라 연기도 아주 독특한 인상을 주는 사람. 실제로 요리를 너무 잘해서 20여 년 동안 전통한국요리집, 정통 서울음식점을 운영하고 요리도 직접 하며 요리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해 혹시 동성애자가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 사람, 탤런트 이정섭.
강렬한 연기로 브라운관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맹활약 하는 그도 이제 60이 넘었고 자녀들도 출가를 시켰다. 프로로서의 요리인생도 20년을 넘기고 있는 탤런트 이정섭을 18일 방송될 CBS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에서 만났다.
이정섭
-이정섭씨가 환갑 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63년도에 손숙씨 대학교 1학년 때 데뷔작에서 루카스 아주머니 할 때가 조금 아까 같은데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얼굴에 주름이 없어요?
▲"모르겠어요. 그저 잘 먹고…. 보니까 제가 아직도 철이 없어서 늙을 새가 없나 봐요."
-스트레스를 별로 안 받으시나 봐요?
▲"받기는 받죠. 그런데 빨리 풀지요. 옛날에는 고민고민 하기도 했는데 무슨 일이든지 목소리 크고 화낸다고 해서 안 될 일이 되지도 않고 조용조용 살아도 그저 열심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살다보면 그냥 풀리는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사실 ''빨리빨리''라는 세월도 이제는 지나갔잖아요. ''빨리빨리''했던 게 모래성이 되고 그렇게 하면 시멘트로 집을 지어도 20년 되면 허물어진다는데 세월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거죠."
-자녀는 어떻게 되세요?
▲"딸 둘 아들 하나예요. 유학 보낸 애들이 3년 전부터 오기 시작해서 이제는 다들 직장생활 하고 있어요. 학교 보내는 건 끝났죠, 이제."
-여자도 오십 넘어가면 요리하기가 징글징글한데 육십이 넘도록 부엌에 들어가는 게 징글징글하지 않으세요?
▲"저는 음식 하는 게 참 즐거워요. 찌개를 끓여도 몇 번씩 먹어보면서 그때그때 간을 봐요. 저는 오히려 방송 나오는 게 쉬는 거예요. 집에 있으면 오시는 분들한테 음식 만드는 방법, 그 음식의 유래부터 먹는 법까지 얘기하니까 기가 무척 빠지죠."
-음식 잘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저 사람이 먹으면 행복할 것이기 때문에 요리를 한다''고 하는데.
▲"저희 집에 처음 오시는 분들이 저를 관찰하느라 좀 무표정해요. 그런데 음식을 잡수고 나시면 표정이 풀리면서 맛있다고 하세요."
-몇 살 때부터 음식을 하기 시작 하셨어요?
▲"어렸을 적부터 집안일 도와줬어요."
-종손이신데 음식하고 부엌에 들어가고 하면 어르신들이 뭐라고 하셨을 것 같은데.
▲"초등학교 3학년 때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는 정섭이가 음식을 했다고 하니까 신통해 하셨는데 아버지는 사내 녀석이 (부엌에) 들어간다고 그때부터 걱정하셨어요."
-그런 게 재미있으셨어요?
▲"부엌일뿐 아니라 수놓기도 좋아하고 꽃꽂이도 좋아하고…. 그런 곰살맞은 일을 참 좋아했어요."
-여동생이나 누나는 안 계셨어요?
▲"누나는 없고 여동생이 다섯이고요, 당고모가 네 분 계셨어요. 그런데 당고모들이 아버지한테 오빠오빠 하니까 저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아버지한테 오빠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부터 말투가 그러셨어요?
▲"그때도 ''쟤는 왜 그렇게 목소리가 계집애 같냐''는 소리를 들었어요. 학교에서 소풍이나 학예회 가면 목소리가 특이 해서 연극 같은데 많이 뽑혔어요."
-잘 모르는 분들은 이정섭씨 말투나 행동 보고 동성애자인줄 아시는 분들도 있어요.
▲"보이는 대로 말씀하세요(웃음). 이런 속담이 있어요, 소문이 난걸 막으러 다니면 더 피곤해진다고. 저절로 시간 가서 알려질 때까지 놔두자고."
-결혼하시고 요리는 주로 이정섭씨가 하셨어요?
▲"저도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으니까 평소에는 애 엄마가 하죠."
-직장생활 하셨어요?
▲"지금은 합병된 동양라디오에서 드라마 제작 음악담당 했어요. 또 무역업체에서 선적업무도 했어요." -이미지랑 전혀 안 맞는데? "안 맞으니까 그만뒀지요(웃음)."
-배우는 몇 살 때부터 시작하셨어요?
▲"사실주의 연극을 중3 때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유태인 고물상집의 기독교 하녀 역을 했어요. 제가 여자스러우니까 고등학생 대신 중학생한테 그 역할이 온 거죠."
-지금까지 몇 작품 하셨죠?
사인
▲"TV에서는 단막극까지 11개 했고요. 연극무대는 고등학교 때 4작품 했는데 목소리가 이래서 배우 포기했었어요. 그래서 연출 같은 걸 하다가 92년도부터 연극은 6개밖에 안 하고, 연출은 번역극 몇 개 했는데 제가 우리나라 여성국극 재기를 위해서 노력을 해도 예산부족으로 많이 어렵더라고요."
-음식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재주가 많으신데 그 재주 갖고 돈은 별로 못 버신 것 같은데.
▲"돈만 좇아가면 음식 맛 않나요. 음식점을 해서 돈 버는 건 하늘이 낸 사람 아니면 사기꾼이라고도 하잖아요."
-그래도 그 돈으로 애들 공부 시켰잖아요?
▲"그건 탤런트 하다 보니까 CF가 들어와서 그거 찍은 돈으로 한 거지요."
-음식점은 누구한테 물려주실 거예요?
▲"누구든지 한다는 사람. 그거는 남도 상관없어요. 제 밑에서 10년, 아니 5년만 견뎌도 돼요. 성품이 괜찮고 음식 하는 데 즐거워하는 사람한테 물려줄 거예요."
※CBS 본격 인터뷰 전문 프로그램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는 매주 평일, 토요일 오후 4시 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