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오빠, 저 지영이에요, 미국에 있는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인터넷 매매춘을 하는 것이 아니다.
미영주권을 노리고 혼자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에게 접근하는 한국여성이 많다. 현대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할 수 있는,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을 피하고 채팅이나 이메일을 통해서만 상대에게 말을 건네는 경향을 이용한 아주 악질적인 범죄다.
이런 관계는 막상 만나면 쉽게 헤어지기 마련이다. 사람이 글로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혼자 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우리말로 말을 걸어주는 이 인터넷 마녀들을 뿌리치기에 너무 힘든 유혹인지 곳곳에서 피해자가 속출한다.
영어에도 직접 어떤 사물을 가르치지 않고 빗대어 ''이것'' ''저것''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대명사라는 놈이 있다. 서구의 작가 가운데 누구라도 노벨문학상을 타면 그 다음주에는 바로 서점에 작가의 작품이 번역돼 전시되는데 적어도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런 작품치고 제대로 번역된 것은 아주 드물었다.
문제는 이 대명사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발생하는데 특히 틀리는 부분이 바로 ''it''이다. ''it''은 날씨를 나타낼 때도 ''It is sunny''처럼 특정한 사물을 지칭하지 않음에도 모습을 보이는 아주 뻔뻔한 사기꾼이다.
무언가를 강조할 때 ''It should be you that breaks my heart(내 마음을 아프게 한 바로 그대)''라고 말해도 이 ''it''은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지칭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은 너무 강조하는 말투를 많이 사용해 들을 때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대학입시에 단골로 등장하던 ''it~that'' 강조구문을 자주 사용해 생기는 현상인데 이런 부작용은 ''it''이라는 놈을 잠시 머릿속에서 지우면 해결할 수 있다. ''You broke my heart. Yes, that is you(네가 내 마음을 아프게 했어. 그래 바로 너야)''라고 두 문장을 잘라 말하면 누구나 알아듣기 편하다.
가수 강산에 씨의 노래가사 가운데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도 우리나라 사람이 번역하면 십중팔구는 ''It would be possible if you do that''으로 문장이 전개되겠지만 원어민이라면 ''Only you would make it''으로 바꿀 것이다.
''would''가 짐작을 나타내는 말투라는 사실만 기억하면 굳이 ''it''이 거추장스럽게 등장할 필요가 없다.
문장에서 ''it''은 채팅과 마찬가지다. "나 오빠 배를 타고 싶어''라는 말이 사람 배 위에 올라타겠다는 것인지 배를 가진 사람에게 배를 빌리겠다는 것인지 우리말로도 불분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it'' 역시 문장에서 강조보다는 혼란을 야기시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제부터라도 만나서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