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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연령 일곱살 ''순수녀'', 어라! 피부나이도 일곱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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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일반

    정신연령 일곱살 ''순수녀'', 어라! 피부나이도 일곱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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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별인터뷰]''허브''-강혜정

    강혜정

     

    여자의 변신이 무죄라면 배우의 변신은 운명인가?

    지난봄 ''''도마뱀'''' 개봉 즈음 강혜정을 만났을 때 그녀에겐 여자의 향기가 났다. 하지만 신체나이는 20살이지만 정신연령은 7살인 ''''상은''''을 연기한 지금 강혜정은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했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호연을 펼친 강혜정. 그녀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상은 덕분에 좀 더 편하게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

    ''''허브''''(감독 허인무, 제작 KM컬처)는 무늬만 스무 살인 상은(강혜정)의 가슴 시린 첫 이별과 가슴 벅찬 첫사랑을 그린다.

    강혜정이 연기한 상은은 그동안 엄마(배종옥)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곱게 자란 아이다. 하지만 우연히 ''''왕자님''''을 만나면서 상은의 일상에 변화가 인다. 뺀질이 경찰 종범(정경호)은 속사정을 모른 채 상은에게 작업을 건다. 즉, 정상인의 눈에 비친 상은은 그저 귀엽고 예쁜 스무 살 여자다. 말투나 행동이 다소 어릴 뿐 정상인과 똑같은 것이다.

    강혜정은 이번 역할을 위해 촬영 전부터 사랑의 복지관을 수차례 방문해 봉사활동을 했다. 손재주가 뛰어난 상은을 위해 포장학원과 종이접기학원에도 등록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상은만의 독특한 말투를 잡아냈다.

    ''말아톤 여자버전'' 열연하며 나이 거꾸로 먹은 듯

    -신체나이와 정신연령이 다른 상은 캐릭터를 잡아가는 게 이번 영화의 관건이었겠다.

    ▲ 힘들었다. 진짜. 특정 모델이 없어서 누구를 따라하거나 그럴 수 있는 현실이 못됐다. 모든 걸 다 새롭게 만들어야 해서 초반에 리딩만 20번 정도 했다(실제 연기하듯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어가며 연기 톤을 잡아가는 작업. 다른 영화 작업 때는 리딩을 평균 5번 정도 했다고). 말투나 버릇도 다 그렇게 잡아갔다.

    -의상이나 분장이 달라서인지 ''''도마뱀'''' 때와 분위기가 확 다르더라.

    ▲ 상은의 색감이 뭘까? 분장팀이랑 의상팀, 미술팀에서 진짜 고민 많이 했다. 뱅 헤어스타일이 어찌 보면 답답하고 패쇄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다행히 나에게 잘 어울렸다.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상은도 의상과 헤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상은의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 했을 텐데, 상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니까 뭐가 다르던가?

    ▲ 부딪힐 일도 없고 싸울 일도 없고 상처 받을 일도 없고 웃을 일이 너무 많았다. 적개심도 별로 안 들었고. 뭐 하나 하려면 그 주변 것들을 계산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상은은 그 하나만 생각하는 아이다. 오늘 저녁 칼국수를 먹을 거야, 그럼 진짜 칼국수를 꼭 먹어. 감독님한테 가서 오늘저녁엔 칼국수를 먹어야 돼요, 먹어야 돼요, 그랬다(웃음)''''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 있는 남자친구한테 조언은 좀 얻었나?

    ▲ 감독님한테만 듣는다. 조언은. 작업 외적인 사람한테는 조언을 안 구하는 편이다. 또한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서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영화 속에서나오는 거니까 그 안에서 해결하고, 또 그 안에서 해결이 다 된다.

    -이번 영화 찍으면서 가장 큰 고비가 있었다면 어떤 순간, 어떤 장면이었나?

    ▲ 첫 촬영이 가장 힘들었다. 쌍둥이 백수 언니가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상은을 바보라 놀리는 장면이었는데 영화의 흐름 상 결국 편집됐다. 너무 많이 뛰어서 첫날부터 토하고 그랬는데(웃음), 아무래도 스태프들에게 처음으로 상은을 소개하는 자리라 긴장되고 힘들었다.

    -상은과 종범의 이별 장면이 참 좋았다.

    ▲ 나도 좋아한다, 그 장면. 그 장면 때문에 감독님이 나에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스페셜 판을 선물했다. 선물 받기 전에 이미 봤고 2006년 본 최고의 영화라 싶을 정도로 좋아한 영화였다. 하지만 촬영 전에는 안 봤다. 나도 모르게 따라 할까봐. 허인무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 맞다. 지난 해 츠마부키 사토시가 부산영화제에 왔을 때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까지 했다.(웃음)

    강혜정

     

    엄마 배종옥 의외로 귀여운 선배

    -배종옥 선배와의 작업은 어땠나?

    ▲ 잘 모를 때는 이성적이고, 차갑고, 독립적이고, 냉정하고, 강단 있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 알고 보면 정말 인간적이고 감성 풍부하고 여리고 장난기 많고. 그리고 가끔 귀여울 때도 있다. 사실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만큼 마음을 열어주느냐에 따라서 현장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선배가 마음을 열어줘서 진짜 잘 놀 수 있었다. 어른의 힘이란 이렇게 크구나, 그런 것을 느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 촬영 전날 밤마다 감독님 방에 모여서 수다 반, 회의 반 시간을 가졌다. 김민기, 유재하 이런 분위기로 음악 쫙 깔고. 비록 내가 산 조선간장 같았던 와인은 맛없다고 아무도 안 먹었지만(웃음). 대개 감독님들이 수다를 좋아하는데 허인무 감독은 연출부 회의 끝나면 우리와 또 회의를 했다. 피곤할 텐데 단 한 번도 엄살 핀 적 없다. 허인무 감독 인터뷰해봐라. 상은과 많이 닮았다.

    "상은역 소화하기 위해 나를 초기화 했다"

    허인무 감독은 말한다. ''''정신지체는 말 그대로 정신이 멈춰 버린 게 아니라 지체일 뿐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는 경우가 있지만 결국 조금 늦을 뿐 모두가 목적지에 다다르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상은의 인생도 그런 것이다.''''

    어쩌면 강혜정은 한동안 꽉 막힌 도로에 있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묵묵히 자기 길을 갔으나 언론에 비친 모습은 적어도 그랬던 것 같다.

    2006년, 강혜정은 영화 자체보다는 다른 주변 일로 더 주목을 받았다. ''''도마뱀'''' 개봉 전후로 조승우와 불화설이 대두됐고 발치 수술 때문에 인상이 바뀐 외모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한때 캐스팅이 거론됐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개봉하자 또 그녀의 이름이 언급됐다. 모르긴 몰라도 유명인으로 사는 고달픔을 느낀 한해가 아니었을까?

    ''''상은이란 친구를 연기하기 위해선 나를 초기화해야 했다. 그 때문에 감독님, 배우들과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웃음). 그리고 각자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영군은) 충분히 매력적인 역할이고 (영화를 보니) 수정 언니가 소름끼치게 했더라.''''

    강혜정은 배우 송윤아의 말처럼 ''''강혜정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상은을 소화했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우려와 의심을 말끔히 날려버릴 만큼 호연을 펼쳤다. 하긴 그녀의 연기가 언제 실망스런 적이 있었던가. 잠시 그녀의 연기가 잊혀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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