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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선, "뻔뻔함이 지금의 나 만들어"

[노컷인터뷰] 인기 상종가 달리는 개그우먼 신봉선, "남자 친구 없지만 시집가고 싶은 생각도"

 

지금 그녀만큼 돋보이는 개그우먼도 없다. 개그에 춤과 노래까지,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신봉선(26)이다.

여자 개그우먼의 자리가 좁아져 가고만 있는 상황에서 그는 쉼 없이 KBS의 간판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얼굴을 내밀며 톱 개그우먼으로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봉숭아 학당'' ''뮤지컬'' 코너에 겹치기 출연까지 한다. 인기 상종가인 신봉선을 만났다.

못생긴 캐릭터로만 주로 나오지만 과장된 분장을 하지 않은 신봉선은 절대 못생긴 얼굴이 아니다. ''귀여운 얼굴''이라고 말했더니 신봉선은 최근 복귀한 개그우먼 권진영 역시 자신한테 예쁘다고 말했다며 환히 웃는다.

대학 졸업 후 4년간 극단 생활… 수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 하기도

2005년 KBS 20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같은 해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여자신인상을 거머쥔 신봉선. 기록으로만 보면 순탄하게 인기 개그우먼 자리에 안착한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역시 여느 개그맨들처럼 지금의 성공이 있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부산에서 태어난 신봉선은 대학 졸업 후인 2001년 개그우먼이 되겠다고 무작정 상경, 4년간 개그맨 전유성이 이끌던 극단 ''코미디 시장''에서 활동했다.

당시 그는 변변한 벌이도 없이 할인마트 판매 아르바이트, 문제지 편집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지냈다. 하지만 신봉선은 당시를 생각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든 줄도 몰랐다"고 회상한다.

"다행히 전세비를 부모님이 대 주셔서 월세 걱정은 안했어요. 부모님도 크게 눈치 주시지 않았고요. 다른 건 힘든 줄 몰랐는데 우리 극단이 전용 극장이 없어서 공연을 하고 싶을 때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쉬웠죠."

데뷔 늦어지자 가족들 ''시집가라'' 종용도…신봉선 "뻔뻔하게 버텼죠"

그러나 눈치 주지 않았다던 가족들도 데뷔까지의 시간이 길어지자 슬슬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1~2년은 괜찮았는데 더 시간이 지나니까 명절 때 고향에 가기 싫어지더라고요. 친척들은 돈 안 벌고 뭐하냐고 물어보고…. 급기야 재작년 설날에는 시집을 빨리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뻔뻔하게 그냥 모른 척 했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다 뻔뻔해서 였던 것 같네요"

뻔뻔함으로 버티던 신봉선에 대한 일가친척들의 대우는 2005년 그가 공채 개그맨이 된 후 180도 달라졌다. 위로 오빠와 언니가 한 명 씩 있는 집안의 막내딸인 신봉선은 "전에는 아버지가 찬밥 취급을 했는데 지금은 공주 대우를 해 주신다"며 웃는다.

특히 6살 터울의 오빠는 신봉선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자신의 꿈을 신봉선이 대신 실현시켜 줬기 때문이다. 연극배우가 꿈이었던 그의 오빠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그 꿈을 접고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다.

"오락부장 항상 차지…방송연예과 진학하면서 꿈 키워

어쩌면 그에게 개그는 숙명과도 같았던 듯 보인다. 외향적 성격에다 춤과 노래 실력이 뛰어났던 학창시절의 신봉선은 단연 학교 내 스타였다. 반 대항 합창대회에 나가면 솔로 부분은 그가 도맡아 했고, 오락부장은 항상 신봉선의 차지였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신봉선은 남들 앞에 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필연처럼 붙게 된 부산경상대학 방송연예학과에서 그는 개그우먼의 꿈을 차곡차곡 키웠다.

 


"대학 진학할 때 디자인학과 등 이 학과 저 학과 지원을 했어요. 연기와 관련된 학교는 경상대가 유일했죠. 그런데 따로 실기학원을 다닌 것도 아닌데 그냥 하고 싶다는 일념 하에 집중하고 시험을 치렀더니 그냥 붙어 버렸어요."

"남자친구 없지만 선배들 결혼하는 것 보면 시집가고 싶은 생각도 들어"

운명처럼 그를 개그계로 이끈 ''대학입학 사건''과 적성에 맞는 직업이 주는 즐거움, 거기에 가족의 응원까지. 박자가 척척 들어맞는 환경은 그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개그우먼으로 만들었다.

신봉선은 ''개그 콘서트''에서 2개 코너를 맡고 있는 것을 비롯, 선배 개그맨 노정렬이 진행하는 CBS 표준FM ''''뉴스야 놀자''''((98.1㎒. 낮 12시5분 ~ 1시30분 방송. 박재철·이진성 연출)에도 매주 목요일 고정 출연하며 시사적인 웃음을 주고 있다.

또 지난달 31일부터는 YTN스타 채널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뮤직비디오 순위프로그램 ''''봉써니의 발악쇼'''' VJ를 맡아 입담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개그가 쉴틈없이 바쁘게 만들긴 했지만 신봉선 역시 외로움을 타기도 할 터다. 더구나 올해에는 유난히 개그맨들이 결혼이 줄을 이었다. 신봉선에게도 남자친구 얘기를 슬쩍 물었다.

"지금 남자친구는 없어요. 그런데 선배들 결혼하는 것 보니까 시집가고 싶은 마음도 슬슬 들어요. 시집을 못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지금은 그냥 ''열심히 살면 그에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위안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쉬면 도태된다는 얘기 들어…꾸준히 신나게 일할 것"

데뷔 후 쉬지 않고 달려온 그에게 피곤하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신봉선은 "쉬면 안 된다"며 정색을 한다.

"전유성 선배님이 그러셨어요. 쉬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고요. 안 그러면 도태된다고. 그 말이 너무 와 닿아요. 데뷔 전까지 오랜 좌절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조금 힘들다고 깊은 수렁에는 빠지지 않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웃으면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신나게 일하려고 합니다."

신봉선의 꿈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청량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아마도 신봉선은 그의 저돌적이고 망설임이 없는 개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를 ''청량제 같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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