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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은 올해 드라마와 영화 활동을 접으려고도 생각했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자신의 비슷한 이미지에 우선 질렸다. 명랑 코믹함과 약간의 청순가련형 이미지를 이제는 그만하고 싶은데 들어오는 시니리오는 매번 그자리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단다. 거기에 소속사와 결별하고 남녀 개인 매니저와 조촐하게 생활해 온지도 몇달됐다.
올 여름에는 영화 ''그날의 분위기'' 라는 멜러 영화로 오랜만에 목마른 캐릭터를 하는가 싶더니 이마저도 어쩔수 없는 사정으로 끝내 불발됐다. 그래서 올해는 자신을 침잠시키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동면하려 했었다. 그러던 차에 오종록 감독의 요청을 받았고 ''금지된 사랑''의 슬픔을 보여주는 MBC 새 수목극 ''90일, 사랑할 시간''으로 다시 대본을 잡았다.
청바지 모델로 활동을 시작해 벌써 10여년의 연기경력을 쌓았지만 이번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긴장될 때가 없다는 김하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것저것 다해봤을 것 같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한번도 웨딩 드레스를 입어본 적이 없단다. 앞서 말했지만 그만큼 캐릭터 스펙트럼이 좁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얼마전 포스터 촬영장에서 웨딩 드레스를 처음 입었다. 해보고 싶었던 최루성 멜러를 하는 것도 기분좋았지만 이렇게 예쁜 웨딩 드레스를 입고 포스터를 찍는 일도 역시 흥분되고 신나는 표정이었다. 처음이라는 설레임은 그렇게 10년차 배우에게도 흥분되는 모양이었다.
''유리화'' ''해피투게더'' ''로망스'' 등 드라마와 ''동갑내기 과외하기''같은 영화들을 찍었지만 한번도 스태프를 위해 뭔가를 해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 매니저와 옷가게를 찾아 감독부터 다른 스태프들까지 50여명의 식구들을 위해 방한 팀복을 골랐다.
김하늘
그녀에게 처음인 것은 또 있다. 바로 유부녀 연기다. 고교시절 첫사랑과 사촌지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아프지만 헤어짐을 결정한 고미연(김하늘)은 9년후 결혼한 유부녀가 되어 다시 첫사랑 그 남자(현지석)를 만난다. 이미 시한부 인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매번 발랄한 청춘 연기 단골이던 그녀에게 드디어 성숙한 연기를 할 기회가 생긴 것.
김하늘은 "그동안 나이어린 연기만 보여줘 성숙한 연기에 목말랐는데 이번에 유부녀 연기를 하게되서 진심으로 기쁘다"고 했다.
김하늘에게 최근 놀란 것은 그정도 스타급에게 매니지먼트 회사 즉 소속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개인 매니저와 집과 촬영장을 오고간다. 그녀에게 소속사 없이 이렇게 단촐하게 활동하는 것도 처음이다. 추석에는 ''라디오 스타''를 매니저와 함께 보며 뭔가를 느낀 듯이 펑펑 울었다.
''90일, 사랑할 시간''은 김하늘에게 연기자로서 새로운 변화의 터닝포인트 같다. 처음 시작하는 신인이라면 그저 앞만보고 열심히 내달릴텐데 지금 그녀는 자신을 새롭게 변주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 연기폭을 넓혀서 배우로서 한 발 더 나갈 수 있는 기회이자 시험무대기도 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 들이는 노력과 집중력은 남달라 보인다. 어렵게 시작한 만큼 김하늘의 연기적 각오가 드라마에 묻어나야만 하고 평가받아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