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母情)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없다.
이제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공백기 탓에 조금은 주저스럽지만 어쨌든 여자 연예인 한 명이 있다.
90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출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그녀는 홀연히 연예계에서 사라졌다.
"前 재벌가 며느리가 이혼한 이유는?" 세칭 최고의 명문가의 며느리가 된 것이다. 연예인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여자라는 자연인으로서 세속적인 느낌만을 전한다면 최고의 가문의 며느리가 되었으니 그녀의 인생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만 하다.
그런 그녀가 이혼을 했다.
몇몇 선정적인 언론은 이혼 사유에 물음표를 던졌고, 그녀의 연예계 복귀 가능성을 연일 대서특필 해댔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에 주목한 언론은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없다.
그런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명문가에서 내쳐져서? 연예계 복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금까지 누려온 명예가 땅에 떨어져서? 그런 문제는 둘째다.
지금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모정 때문이다. 자신의 손으로 알뜰살뜰 키운 아이들이 보고싶어서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명문가문답게 유명 변호사들이 작성했을 이혼합의서에 자녀 양육권과 면접권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어쨌든 그녀는 자신의 몸 속에서 나온 아이들이 보고싶어서 눈물을 짓고 있다.
며칠 전 그녀의 주변사람을 만났다. 그가 조심스럽게 들려준 최근 그녀의 동정은 ''모정의 깊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됐다.
그 측근에 따르면 최근 그녀의 아이가 다니는 학원 부모들 주축으로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여기서 재벌가 자녀들의 ''럭셔리한 파티''를 실눈으로 바라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그 ''생일파티''는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그녀를 위해 다른 학부모들이 생일파티를 가장해 그녀의 아이를 초청해 잠깐이나마 모자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가짜 생일파티''였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마련한 눈물의 생일파티는 무산되고.. 그러나 ''슬픈 생일파티''는 무산되고 말았다. 명문가의 그 뛰어난 정보력이 ''모정''을 위한 ''발칙한 음모''를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두 번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생일파티''를 열어준 다른 학부모들의 고마움에, 모정의 좌절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눈물 가득, 사랑 가득 그 깊디 깊은 포옹의 안타까운 여운은커녕 또다시 상처만 입은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이룬 ''신데렐라의 꿈''은 애초에 불행으로 결말 지어져 있었는지 모른다. 명문가의 며느리가 되었지만 결혼생활 내내 단 한 번도 ''가문의 일원''으로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다른 가족들이 죽 둘러앉아 식사를 할 때 그녀는 단정하게 두손을 모으고 그들의 식사를 쳐다보아야만 했다. 드라마 ''대장금''에나 나올 법한 수랏간 최고상궁처럼 말이다. 해외나 국내에서 외식을 할 때도 그녀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메뉴를 고를 수 있는 권리조차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시키면 그 중 하나를 따라서 먹는 수밖에 없었다. 또 가문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다가도 갑자기 영어나 다른 나라 말로 대화가 바뀐다.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다.
그녀가 유명 디자이너의 매장을 찾을 때 "명문가의 며느리이니 옷도 좋은 것을 입어야겠지!"라며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 내렸지만 패션업계의 결론은 "옷 살 돈이 없어서 알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옷을 얻어입고 있다"는 것이다.
"모정만큼은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것을 모두 참아냈다. 요리를 배웠고, 외국유학을 꿈꿨고, 대학원 진학을 꿈꿨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은 그녀가 명문가문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저 시댁의 한 식구가 되기 위한 며느리의 소박한 노력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게 바람직할 듯 싶다.
그리고 위기가 닥쳤고, 이혼 이야기가 오고갈 때 그녀를 앞에 두고 영어로 수군대던 시댁의 몇몇 식구조차 "할만큼 했다"고 그녀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이혼에 이른 원인에 대해서는 파헤치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다. 그녀가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그녀의 남편이나 시댁이 미필적 고의로 이혼에 이르게 했는지는 세인들의 평에 맡겨두고 싶다.
눈물짓는 모정만큼은 되돌려주라고 꾸짖고 싶을 뿐이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김대오 기자 mrvertiogo@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