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허준''의 한 장면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검은색 티셔츠와 모자를 눌러쓴 예진아씨가 지체장애우의 흔들리는 입에 숟가락으로 먹을 것을 떠 먹여준다.
퇴색한 의미가 되어버린 황수정의 봉사활동
카메라 감독의 "여기 좀 봐주세요"라는 말에 주인공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카메라를 본다. 그리고 예진아씨의 말투로 "연기 재개는 순리대로 하겠다"고 말한다. 또 아버지를 걱정하고, 그동안의 고통과 참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에 되살아난 예진아씨의 환생 그 자체다. 드라마 <허준>에 함께 출연한 주인공 탤런트 전광열이 함께 등장했다면 오락프로그램의 재현드라마나 패러디쯤으로 봐줄만 하다.
그러나 그렇게 봐줄 수 없는 것은 지금의 황수정은 청순미 가득한 드라마의 ''예진아씨''가 아니라 ''필로폰 복용''으로 옥고까지 치른 공인이라는 점이다.
며칠 전 이번 선행을 하려했지만 언론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도하지 않은(?) 카메라나 취재진들이 있는 가운데 행한 선행도 선행임에 틀림없다. 법적인 처벌의 하나인 사회봉사명령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한 것인 만큼 박수를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2년 7개월 전 그녀가 검거됐을 당시만 해도 ''필로폰 복용'' 혹은 그 이상의 선정적인 단어를 대문짝만하게 제목으로 뽑았던 몇몇 신문들은 이번엔 ''마약류 복용''으로 그 수위를 낮추거나 아예 그녀의 범법 사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고, 그녀의 ''''참회''''와 ''''선행''''에만 초점을 맞춘 곳도 있다. 뭇매를 때리더니 이번엔 그녀의 재기에 어깨를 토닥여주는 꼴이다.
법적인 처벌을 받았으니 ''재기''를 하건 평범한 여자의 인생을 살 건 그것은 오로지 자연인 황수정 본인의 문제다. 또한 ''필로폰 복용'' 혹은 ''마약류 복용'' 이건 방송사의 기준에 따라 드라마에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쇼비지니스 관점에서 그녀의 삶이 영화적 캐릭터로 되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용서를 빌어야 할 곳은 상식적인 팬들의 가슴이다.
돌이킬 수 없는 ''마약복용'', 준비되지 않은 참회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은 아니다. 남모른 선행을 하고 있는 연예인은 의외로 많다. 선행을 취재하려해도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손사래를 치며 취재기자의 등짝 떠미는 연예인들도 많다.
이럴 때 화가 나기는커녕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공인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의 선행을 위해 자신의 선행을 공개할 필요성도 있지만 지금의 황수정은 아니다.
미안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자신이 선행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가 된다 해도 고개를 돌린 상식적인 팬들의 애정 어린 시선이 올까 말까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게 있다.
공인의 실수에 대해, 특히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착하고 아리따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여자연예인에 실수에 대해 사랑으로 품어주는 넓은 마음의 팬이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필로폰 복용''만큼은 엄격한 편이다.
지금까지 ''필로폰 복용''으로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고 완벽한 재기에 성공한 연예인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비교적 연예인 스캔들에 관대한 일본도 마약류 복용 범죄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한 편이다. 70년대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일본 최고의 가수로 불리던 나가부치 쯔요시(長淵 剛)도 마약류 복용으로 다시는 대형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죄값을 치르고 있다.
그만큼 공인의 마약류 복용 범죄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김대오기자 mrvertig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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