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네 게임 실력 완전 캐안습이던데… B : 아놔! 한 번 더 해. 고고싱~
위 A, B의 대화를 보고 무슨 뜻인 지 모른다면 당신은 인터넷과 거리가 있는 기성세대가 틀림 없다. 나이로는 ''신세대'' 지만 ''저게 무슨 뜻이야?'' 하며 고개를 갸웃거려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캐안습''은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의 상태 즉, 안타까움이나 측은함을 나타낼 때 쓰이는 말이고 ''아놔''는 짜증을 나타내는 감탄사, ''고고싱(ㄱㄱ싱)''은 인터넷상에서 게임이나 UCC(User Created Contents) 동영상 등의 시작을 앞두고 "시작하자"의 의미로 쓰이는 말로 실생활에서는 ''가자'',''출발하자''의 의미로도 쓰인다.
이처럼 청소년과 누리꾼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인터넷 언어들이 실생활에도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성세대와의 소통 단절은 물론 같은 또래집단에서 조차 소통의 장애가 발생하는 등 언어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줄임말ㆍ신조어 범람 널리 사용되는 인터넷 언어들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줄임말이다. 휴대폰 문자메시지의 글자 수 제한과 빠른 의사전달이 우선되다 보니 청소년과 누리꾼 사이에서 보편화된 현상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개봉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영화는 ''우행시''로 줄여 부른다. 또 ''완소''는 ''완전 소중하다''의 준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이나 사물 앞에 붙이는 수식어격의 줄임말이다.
급기야 줄이기에 익숙한 누리꾼들이 지대(제대로), 쌩얼(화장기 없는 맨 얼굴), 훈남(외모가 아닌 다른 매력의 훈훈한 남자) 등 어떤 사물이나 감정 등을 두 글자로만 표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투글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또 청소년과 누리꾼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는 신조어 중에는 므흣(야릇한 감정상태 표현하는 말)과 같이 유래를 알 수 없는 은어의 형태가 많다.
더불어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나 자소서(자기소개서)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 인터넷 주이용층인 20~30대들의 고민이 담긴 취업관련 신조어는 일상생활에서 표준어처럼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대간 소통 단절
이처럼 축약과 신조어들이 범람하면서 청소년 사이에 잘못된 언어 습관이 고착화되고 기성세대와 신세대간 대화의 단절 현상이 생기고 있다.
워낙 빠른 변화와 유행 탓에 같은 또래 집단에서조차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가 생길 정도. 이렇듯 ''그들만의 언어''는 언어의 사회적 기능인 소통과 통일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언어에 담긴 정신과 세계관의 파괴로까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남대 윤평현 인문대학장(국어학)은 "언어 속에는 독특한 세계관과 정신이 깃들어 있지만 파괴된 언어의 무차별적 사용은 세계관과 정신의 부재를 낳게 되며 이런 파괴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경우 ''소통'' 이라는 언어의 본래 목적을 벗어나 쾌락과 유희의 수단으로 전락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파괴된 언어는 기형적인 한국어의 모습을 양산할 뿐만 아니라 세대간의 의사소통 단절이라는 문제도 동반하기 때문에 언어파괴와 신조어의 주생산층인 청소년과 누리꾼들의 자정운동이 우선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