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배우에게 아마도 최동훈 감독님은 최고의 선장일겁니다. 그는 천재라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타짜''에서 고니로 분한 조승우가 ''범죄의 재구성''에 이어 두번째 작품인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최동훈 감독에 대해 극찬을 했다.
여러 배우들과 감독을 인터뷰 해보지만 배우가 감독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극찬하는 것은 보기 쉽지 않은 장면이다. 조승우의 예의를 갖춘 멘트라고 보기에는 배우들의 감독의 평가가 공통된다.
아귀역으로 근래 들어 최고의 악역연기를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김윤석은 한 인터뷰에서 최 감독을 "겨우 2시간 자고 열정적으로 촬영장에 임하는 감독"이라면서 "시험당일 날 아침 자습하고 있는데 핵심체크 해주는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유해진 역시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놀이터를 만들어준 감독"이라고 좋아했다.
조승우는 최근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타짜''개봉을 앞둔 심정을 ''대학입시때의 수험생 같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감독의 세계인 편집 작업 실에 들어가 보기는 7년간의 활동가운데 처음 한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궁금하고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복잡함 심정이었을 게다. 마치 화투판에서 마지막 패를 확인하고 싶은 그 참을 수 없는 호기심처럼 말이다.
시나리오를 한장 한장 넘기면서 이미 나는 그 안에 빠져있었다여러 작품을 통해서 연기 폭이 넓은 배우로 인정받은 조승우가 다음 작품을 무엇으로 결정할지는 이미 ''타짜''에 캐스팅 되기 이전에 충무로에서 꽤 높은 관심을 얻었었다. 그리고 그는 ''말아톤'' ''도마뱀'' 이후 최동훈 감독과 함께 손을 잡고 ''타짜''의 배에 승선했다.
"저 역시도 최 감독님의 ''범죄의 재구성''을 봤었죠. 아주 재미있었고 신나게 봤어요. 그런데 이미 그 이전에 어느 시사회에서 최 감독님을 뵌 거에요. 감독님은 제게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언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시더라구요. ''범죄의 재구성''은 만남 그 이후 본 거죠. 천재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하하."
조승우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봤을때 첫장을 넘기면서 이미 마음의 결심을 했단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기억하는 최감독과 ''타짜''라는 매력적인 시나리오, 원작을 안보고 화투의 화자도 모르는 백지 상태였지만 이런 선장은 한번 믿고 가도 될 것같다는 ''감''이 확실했다고.
타짜
"고니는 선택의 과정에 늘 처해 있어요. 평경장을 만나 ''타짜''수업을 받고 정마담을 만나 새롭고 치명적인 도박의 세계로 빠져들고, 고광렬을 만나고 아귀와 짝귀를 만나 대결하고... 모든 만남의 과정이 결국 새로운 선택의 모습을 보여주죠. 수많은 캐릭터들이 같이 부대끼면서 점점 고니의 모습은 살아나는 것 같아요. " 조승우가 읽고 있는 ''타짜''는 도박 오락영화가 아닌 사람 이야기, 휴먼드라마 였다.
''타짜''의 여운은 오래 갈 것"이번 촬영장은 정말 신나는 놀이터라고 밖에 생각이 안나요. 서로 웃고 떠들고 같이 먹고 마시고 그러다가도 촬영 슛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말 모두가 몰입을 했죠. 감독님은 정말 준비를 꼼꼼히 철저히 해오는 분이에요. 어떻게 저런 걸 다 생각하고 준비했는지 모르게 말이죠. 그 분위기에서 저와 다른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현장의 분위기에 마음껏 취하는 것이었죠."
특히 최 감독과 통한 부분의 한 일면은 최감독이 직접 골라준 파란 남방을 마지막 장면에서 입고 찍기도 했다는 점이다. 빨간 가죽재켓도 마찬가지로 감독이 입혀준 것이다.
조승우의 이번 영화에 대한 기분좋은 경험은 이처럼 그의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말로 대변됐다.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의 유쾌한 여운은 좀더 오래가져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승우
하지만 차기작은 분명 궁금한 부분. 이 패기만만하고 기대감 수치가 매우 높은 배우가 과연 다음에는 어떤 연기로 관객들에게 돌아올지가 궁금하다. 조승우는 그간 자신의 작품 선정과정에 대해서 "제 필모그라피를 보면 그때 그때 마다 제 감성과 가장 잘 부합하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가진 감독님과 적절하게 만났던 것 같다"면서 "지금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이제 또 다른 걸 하고 싶은 내 속마음과 어떤 새 장르의 작품이 잘 맞아떨어지면 그때 또 간다"고 힌트(?)를 줬다.
그런 면에서 그가 ''말아톤''이후 ''도마뱀''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흥행과 상관없이 작품의 흐름에 정말 잘 녹아들어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조승우에게 생각보다 차기 일정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하자, "현재로서는 언제까지 어떻게 쉬겠다는 계획은 없어요. 당장 추석연휴에 일반 극장에 가서 관객들과 섞여 반응을 좀 살피겠다는 생각말고는 요. 하지만 조건은 있죠.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전 그때가 다시 움직이는 시점이 될 거에요."
스물 여섯 조승우, 이전보다도 앞으로 가 더 보여줄 게 많은 ''가능성을 짊어진 남자 배우''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