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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를 보면서 떠오른 것은 올 4월 말 개봉한 영화 ''사생결단''의 두 주인공 황정민과 류승범의 영화속 캐릭터의 완벽하게 몰입된 치열한 기싸움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 몰입이었거니와 연기 승부근성이 대단한 두 배우간의 눈에 보이지않는 불꽃튈 것 같은 연기력 싸움은 보는 관객에게 앉은 좌석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지 못하게 만드는 짜릿함을 선사했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일약 충무로 재담꾼 반열에 오른 최동훈 감독의 두번째 작 ''타짜''가 드디어 첫 선을 보이면서 연기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배우 ''선수''들의 소위 자신의 역할을 양보하지 않고 ''따먹으면서'' 어우러지는 앙상블은 ''사생결단''의 두배우 이상이었다.
허영만 화백의 밀리언 셀러 만화 ''타짜''의 1부를 각색한 동명 타이틀 영화 ''''타짜''(싸이더스 fnh 제작)는 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유해진이라는 네배우의 캐스팅 조합만으로도 이미 높은 기대감을 불러왔다.
그 기대감은 즐거움으로 돌아왔다. 만화 원작 주인공들의 디테일은 이미 관객들에게 검증된 연기력의 소유자들로 인해 만화 이상으로 재구성되고 빛을 발하고 있다.
주인공 ''고니''는 원작보다 훨씬 거칠고 동물적 생존 본능을 가진 캐릭터로 살아났고 정마담은 치명적인 팜므 파탈의 모습으로 화했다. 원작에서는 고니(조승우)와 고광렬(유해진)이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고니와 정마담(김혜수)이 이끌면서 재해석되고 있다.
''타짜''는 주인공이자 ''화투''에 있어 타고난 승부사 고니, 그의 스승인 전설의 타짜 평경장(백윤식), 고니의 길동무이자 서민형 타짜 고광렬, 그리고 도박의 꽃이자 설계자인 정마담이 만들어내는 도박판의 정글같은 현실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최동훈 감독은 이들의 불나방 같은 삶의 편린을 통해 ''인간''과 ''욕망''을 그리고 있다. 전작 ''범죄의 재구성''에서 처럼 말이다.
대형 배우 탄생을 예감케하는 충무로 1순위 배우 조승우의 패기만만한 모습이 가장 먼저 즐겁고, 그동안 영화에서 자기몸에 잘 안맞는 캐릭터로 부대껴온 김혜수가 그녀에게서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이 반갑다. 언제나 기대감을 주고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백윤식의 내리깔리는 고수의 모습은 국내에서는 더이상 비교할 대상을 불허하는 듯 하다. 실제 타짜로부터 예행연습에서 가장 동물적 감각을 보였다고 평가받은 ''명품조연'' 유해진은 영화의 유머를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한사람 더하자면 천하의 악인으로 고니와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운 ''아귀'' 역의 김윤석은 영화를 끝까지 숨죽이며 보게 만드는 다섯번째 선수임에 틀림없다.
원작을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 만으로도 완성도는 이미 차고 넘칠지경이다. 한가지 관객의 유의 사항은 최감독의 화려하고 날렵한 편집실력에 따라서 리듬을 타지 못한다면 한번 더 봐야 한다는 점이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전문도박사를 ''타짜''라고 한다면 최 감독과 네명의 배우는 영화에 있어 관객을 사로잡는 진정한 ''타짜''다. 28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