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
"일본에서 록밴드로서 먼저 활동을 시작한 우린 행운아다. 복받은 환경에서 노래하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3인조 신예 록밴드 트랙스(TRAX)는 여느 록밴드와는 다르다. 일본에서 먼저 싱글을 내고 활동한 점과 보아, 동방신기를 배출한 SM엔터테인먼트가 처음 기획한 록밴드란 사실 때문이다.
스스로 ''복받은 환경''이라고 자평하지만 이와 반대로 대중의 ''편견''과도 싸워야 하는 책임감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디 무대를 거쳐 ''어렵게'' 성장하는 국내 록밴드와는 달리 기획부터 앨범 발표, 활동에 이르기까지 계획대로 밟아가는 다른 전략을 선보이는 이유에서다.
트랙스의 타이푼(보컬·21), 크리스마스(기타·20), 어택(베이스·20)은 "좋지 않게 보는 분들이 있다"며 "거품 있는 밴드라는 눈초리도 받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런 편견을 없애는 것이 결국 우리의 몫"이라고 영리하게 답했다.
수록한 11곡 마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밴드 컬러 트랙스가 1집 ''초우(初雨)''를 발표하고 1년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일본에서 4장의 싱글을 내고 크고 작은 무대에 올라 실전을 쌓은 뒤다.
타이틀곡 ''초우''부터 ''축제'', 일본 번안곡 ''영혼을 감싸안아''에서는 부드러운 감성이, ''파라다이스(Paradise)''에서는 록밴드 본연의 강도가, ''크레이지(Crazy)''에서는 일렉트로니카의 감각이 드러난다. 수록한 11곡 마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밴드 컬러는 트랙스가 일본에서 보낸 1년의 값어치를 증명한다.
일본에서 먼저 활동을 시작한 것은 록밴드를 통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소속사의 기획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트랙스에게는 충분한 자양분을 줬다.
"일본 시장에서 록은 가장 보편화된 장르다. 덕분이 공부를 많이 했다. 국내서는 홍대 등 라이브 하우스가 국한돼 있지만 일본은 어디든지 클럽이 있고 연주하며 함께 놀 수 있는 무대가 있다. 록은 생활 같았다.(크리스마스)."
물론 ''초짜'' 록밴드가 일본 땅에서 각광받은 것은 아니다.
"관객이 한 명도 없는 클럽에서도 공연해 봤다. 그날은 평일이었고 비가 많이 내렸는데 관객이 한 명도 없었다. 스태프만 3명정도 참석했을까, 그 앞에서 공연을 했다(타이푼)."
"일본어로 관객과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20년간 말한 사람과 겨우 1년 배워서 일본어를 하는 사람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무대 위에서 일본 관객의 요구와 느낌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앞으로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어택)."
그래도 지난해 객석에서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던 일본 최대 음악축제 ''에이네이션''에 올해는 직접 올랐다. 도쿄, 고베, 나고야 3개 도시에서다. 어택은 "일본에서는 동방신기보다 선배"라며 웃었다. 동방신기는 같은 소속사 선배이지만 일본에서의 데뷔는 자신들이 빠르다는 의미다.
트랙스
이와 함께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처럼 아이돌 그룹을 표방하며 댄스곡을 주로 선보인 SM엔터테인먼트가 첫 기획한 록밴드란 점은 트랙스에게도 책임감을 갖게 하는 모양이다.
"SM이 만든 록밴드는 우리가 처음"이라며 "우리 뿐이니까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는 면에서 책임감이 크다"고 했다. "SM의 음악적 다양성이 트랙스가 일조하고 기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트랙스는 국내서 1집 활동을 벌이는 지금도 매주 일본을 오가며 클럽 무대에 오른다. 일본에서 익히는 현장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다. 록밴드 선배들에게 "좋은 환경에 있으니 외국으로 뻗어나가라"는 조언도 받는단다.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라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는 20대 초반의 이 3명의 남자는 1집에 담은 묵직한 노래들만큼이나 신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