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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이 나오셨는데, 안경을 쓰신 이유는 조명에 시력보호를 위해서시니까 워낙 햇빝에서 작업을 많이 하시니까요. 미리 양해를 구하셨습니다. "
17일 영화 ''괴물''천만 관객 돌파 관련 생방송으로 열린''100분 토론''의 사회자인 손석희는 TV에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 김기덕 감독의 출연과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트레이드 같은 모자를 쓰고 나온 김기덕 감독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김 감독은 겸연쩍은 듯 한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알듯 모를 듯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7일 김감독은 자신의 열세번째 영화 ''시간''시사회에서 "제가 선글라스를 끼고 자리에 나온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그만큼 이자리에 계신 분들에게 이런 말하는 것이 떳떳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 "오늘이 제 제사날 같다"거나 "다시는 한국에서 제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등 절절한 심정의 말들을 격정적으로 쏟아냈다.
또다시 공식석상에서 그 선글라스를 다시썼다. 김 감독에게 이날 어렵게 출연하게 된 ''100분 토론''의 자리는 떳떳하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야만 했던 자리였던 것일까?
제작진은 방송 며칠전 "김감독이 어떻게 할지는 우리도 모르겠다"고 설명한 바있지만 결국 김감독은 제작진의 양해를 얻어 이날 자신의 소신대로 검은색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나왔다.
김 감독은 시작부터 역시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는 할수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괴물 흥행과 관객의 수준에 대한 발언언 논란에 대해서 "부정적인 전제를 두지 않았는데 그 이야기를 전한 기사의 댓글이 4,000개가 넘게 달렸고 대부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놀랐다"면서 "이는 그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자기 열등감을 심하게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면서 자신의 대해 비판하는 댓글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
김 감독은 한국 영화의 1000만 관객시대에 대해서 "이제 관객이 왕이라는 생각은 안하고 싶다"며 "관객과 제작자는 수평관계고 감독과 스타 배우들은 제2, 제3의 제작자가 됐다"고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 김 감독은 괴물의 흥행과 멀티플렉스의 문제에 있어 "만 석짜리 극장을 만들자는 거죠. 그럼 인테리어 비용도 줄고 영사기도 하나면 되고. 이렇게 만 명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광하면 얼마나 장관이겠습니까?"라며 다소 비꼬는 듯한 발언도 가감없이 표출했다.
이날 토론을 시청한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괴물''을 통한 스크린 독과점 문제 등에 대해 열띤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김 감독의 선글라스 문제에 대한 의견도 올라왔다. "토론 프로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자체만 보더라도 열등감의 증거 "(황윤성), "상대방과 눈마주치면서 이견을 나누고, 다른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려려고 하는것 아닙니까, 선글라스로 벽을 친 것"(유수경)이라는 등의 비판적 의견이 올라왔다.
공중파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나와 토론을 벌인 김감독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은 지난해 11월 가수 신해철이 간통죄 폐지 주제로 ''100분토론''에 출연, 모자 티셔츠에 목걸이를 하고 나와 의상 논란을 일으켰던 것에 비하면 훨씬 지엽적인 수준이었다.
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김기덕 감독은 선글라스라는 소품을 통해 자신이 전할 메시지를 보다 과감하게 전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본다"면서 "그런면에서 전략이든 아니든 그 효과를 거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