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설탕
사람과 가장 친숙한 강아지를 새끼때부터 키워 나중에 수명을 다해 가슴에 담을 때까지를 겪어본 사람들은 흔히들 말한다. 다시는 동물에게 정을 주지않겠다고...
그만큼 함께 동고동락하며 인간이상으로 감정의 교감을 쌓았기 때문일 거다.
이환경 감독의 ''각설탕''은 사람과 말이 주인공이다. 말과 사람의 눈물겨운 ''情''이 이내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기수였던 엄마가 세상을 떠난 여주인공 시은(임수정)은 편부 슬하에서 잘 자란 선머슴같은 20대 예비기수고 그의 목장에서 키운 어미말 ''장군''이 자신을 희생하며 낳은 ''천둥''이는 그런 시은과 태생이 닮았다.
그래서 시은은 엄마잃은 가여운 천둥이가 남같지 않고 동생같이 여겨져 함께 동고동락한다. 아버지 박은수는 그런 시은이 엄마의 모습을 닮는 것이 싫어 천둥이를 팔아버린다. 애시당초 정을 떼게하려 함이다. 그렇게 천둥과 헤어진 시은은 가슴 한켠에 허전함을 담은채 예비기수로 못다한 엄마의 꿈을 이어간다.
말과 함께 호흡하며 페어플레이를 펼칠줄 알았던 경주대회는 돈으로 얼룩진 어른들의 투전판이 되는 모습에 돌이킬수 없는 염증을 느끼고 떠나려는 순간 해외로 팔려간줄 알았던 천둥이를 길거리에서 나이트 클럽 선전용으로 초라한 모습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둘만이 알수 있는 매개체 ''각설탕''을 통해서 그리고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알수 있는 교감을 통해서. 둘은 서로 다시 의기투합해 경주세계로 뛰어든다. 물론 든든한 원군인 윤조교(유오성 분)의 도움이 뒷받침됐다. 승승장구하던 천둥과 시은 조는 결국 천둥의 신체적 결함으로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제작진 모두가 밝히듯 열흘동안이나 상황대기 하며 실제 어미 말로부터 태어나는 망아지의 출산 순간을 포착하기위해 가슴졸이였던 순간이 화면에 생생함을 더한다.
1000: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에 낙점된 말 ''천둥'', 실제 기수훈련을 받으며 사실감을 높이려는 임수정의 노력과 땀이 화면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과천 경마장에서의 실제 경주모습이 보는이에게 범상치 않게 다가온다. 35만평 경마공원을 배경으로 완성도 높은 경주장면을 위해 레이싱 디렉터와 22명의 실제기수들, 특별관리받는 34필의 말이 화면속에서 박진감과 사실감, 감동지수를 높여주고 있다.
선과 악의 선명한 구도, 말과 인간의 애틋한 정서교감, 경쾌한 말발굽소리와 그동안 국내 영화에서 볼수 없었던 경주대회 그것도 야간경주의 신선함, 관객도 함께 가슴졸이며 마지막 레이스를 응원하는 심정이 되며 따가가며 만드는 감독의 연출력이 스포츠 영화의 일반적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
각설탕
실제 촬영현장에서 임수정과 말의 점차 닮아가는 듯한 일체감에 놀라기도 했다는 데 임수정의 눈망울과 천둥의 눈망울이 닮았다는 평가와 각설탕을 아그작 아그작 씹어먹는 소리마저 닮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임수정은 단독 주연으로서 드라마를 끌고가는 흡인력과 진정성이 엿보이며 향후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TV ''전원일기''의 일용이 박은수의 영화속 아버지 모습은 친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안긴다. 그동안 영화속에서 강한 이미지로 각인돼있던 유오성이 모처럼 눈에 어께에 힘을 빼고 선한 조력자로 우정출연하며 연기변신했다.
임수정은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 말과 감정을 교감하며 연기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숙제였지만 차츰 서로가 눈빛으로 주고받고 있음을 느꼈다"면서 "열심히 했다는 평가만이라도 고마울 것 같다"면서 촬영소감을 밝혔다.
조폭영화나 거친 남자영화로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한국영화계에 ''말아톤''이 준 감동처럼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관객에게 다가서려는 제작진의 노력에 한표던진다. 8월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