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강우석 감독의 문제적 영화 ''한반도''가 물과 기름처럼 반응이 겉돌고 있다.
이런 평면적 반응이 화학적 반응으로 변화할지 여부는 아무래도 13일 개봉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
현재까지 영화 담당 기자들과 평론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영화 평론가 김봉석 씨는 한 영화잡지 기고에 ''현실감 없는 울분에 찬 욕설''이라고 평했고 변성찬 씨는 ''웃음이 줄어든 만큼 감동도 줄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사회를 통해 ''한반도''를 접한 언론들은 ''몰이해 애국주의 영화''라거나 ''웰메이드 배달의 기수''라는 등의 싸늘한 반응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후 열린 일반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뭉클했다''는 반응부터 ''속이 다 후련하다'' 등의 정서적 반응이 이어진다. 강 감독은 한 열아홉살 학생으로부터 싸인 요청을 받기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젊은 관객들이 자신에게 직접 다가와 싸인을 요구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강감독은 "''실미도'' 때는 너무 남성 영화분위기가 강해서 다들 걱정하는 기류가 있었는데 ''한반도''는 막상 일반 시사회서 접한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시작부터 뭔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자신감은 넘쳐보였다.
영화를 통한 내생각에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사람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것에 개의치는 않겠다''는 강 감독은 "영화내용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 환영"이라면서 "''한반도''의 결론은 열려있다. 나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묻는 영화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한일 간의 상황을 너무 도식화해서 감정적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직선적 화법에 부담을 가질수도 있을 만큼 영화는 직선적이다. 등장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사학자 애국심 투철한 국정원 서기관 등 캐릭터들은 너무도 자신의 평면적 역할에 충실하다. 최고의 흥행 승부사인 강감독이 모를리 없는 이런 도식화를 왜 끌어들였을까?
"주요 인물들 한 사람 한사람에 공을 들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최고의 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내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작은 집단이건 큰 조직이건 여러 상황에서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문성근이 연기한 국무총리처럼 실익을 추구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대통령처럼 대의명분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역사학자 최민재처럼 외골수로 소신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모습도 익숙하게 발견할 수 있다. 영화에서 한일 간의 대립을 국새와 과거 조약문서를 통해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에서 조직내에 집단간에 발화점은 이처럼 다양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할 여지를 주었다고 믿는다."
강감독은 ''생각한다''고 한 것이 아니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만큼 관객들이 자신의 생각과 표현에 반응할 거라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우석 영화에는 메시지가 있다
강우석
이제까지 사회풍자 코미디 영화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여온 강감독은 열두번째 영화 ''공공의 적''을 만들면서 영화가 현실에 어떤 교훈적 메시지를 주기를 바랬다고 했다. 당시 존속살인이라는 사회적 충격을 주었던 사건이 그대로 녹아든 ''공공의 적''. 6.25를 겪고 남과 북이 분단된 현실의 어두운 그늘속에 묻혀있던 북파공작원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열세번째 영화 ''실미도''는 결국 당시 최고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고 사회적 파장도 대단했다. 강 감독은 현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이들 영화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난 학창시절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30대에 의욕적으로 정치 드라마로 만든''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같은 영화는 솔직히 덜 성숙한 영화였다. 하지만 ''공공의 적''을 만들면서부터는 우리 나라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큰틀에서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소재를 가지고 찍겠다고 나선 감독은 나 밖에 없다. 소재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일조했다고 자평한다."
처음에 제작에 엄두는 안났지만 꼭 해봐야겠다는 사명감도 깊게 배어있다는 것이다.
강감독이 ''한반도''를 만든데는 무엇보다 일본이 한국에 너무 오만하다는 한국인으로서의 반발심이 시위를 당겼다. 하지만 영화의 진행이 뒤로 갈수록 영화속 갈등의 요소는 내부에 있어 보였다.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 국사학자 최민재와 국정원 엘리트 요원 이상현의 갈등처럼 ''우리''안의 분열이 더 도드라졌다.
"주인공이 고종과 명성황후 까지 모두 7명이다.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따로 떼어내 영화를 만들수 있을 만큼 덩치가 크다. 여기에 가상의 적 일본까지하면 여덟이다. 두시간여 동안 이들 모두를 수용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난 문제를 크게 던졌다. 관객분들이 받아서 각자 해석을 해주시길 바란다. 영화의 묘미는 보고나서 서로가 느낀 각자의 느낌을 서로에게 던져보는 재미 아니겠는가? ''한반도''는 과거형이 아닌 미래형 시제를 사용한 그런 문제제기의 영화다."
영화속 디테일에 태클을 걸지 않고 본다면 영화는 두시간동안 관객의 미트에 빠르게 빨려들어가는 패스트볼과 같을 것 같다. 최고의 승부사 강우석 감독의 15번째 승부구는 직구, 관객은 이 볼을 어떻게 요리할지 13일 이후면 판정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