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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신일순 대장 구속, ''수준 낮은 장난 혹은 음모''

    • 2004-05-1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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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육군 정훈감 표명렬씨 인터뷰

    지난 8일 밤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된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국군이 창설된 이래 처음으로 현역 육군대장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신일순 대장인데요. 신 대장의 구속수감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혹을 낳고 있습니다. 어떤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오랫동안 군에 몸담아오신 분은 이번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표명렬 원장을 통해 들어봅니다.


    한국정신교육연구원 표명렬 원장(육군 정훈감 역임)



    -신일순 대장이 구속수감됐다. 국군 창설 이래 개인 비리로 구속된 첫 사례라고 하는데. 군에 오랫동안 몸담으신 분으로서 충격적이겠는데.

    ''''그렇다. 정말 충격적이다. 국가 반란죄나 엄청난 부조리를 저질러서 문제가 된 사건도 아닌데 현역 대장이 군 검찰에 불려 다니는 모습이 TV를 통해 자주 보이고, 또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착잡하다.''''



    -신 대장이 일부 공금을 유용했다는 건데, 그 액수와 내용이 과연 이 현역 대장을 구속할 만한 사안인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아주 전례 없던 일이고, 지금까지 관례로 보면 형식을 벗어난 지나친 결론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군 수뇌부 조직은 참모부장 제도로 돼 있기 때문에 국방부와 육군 본부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다. 이들이 진급 보직 등 아주 큰 인사 권한과 무기 도입, 입찰, 납품 대형건설사업 수주에 관련된 재정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군사령관이나 군단장은 뭐 ''''삼성장군, 사성장군'''' 하지만 구조적으로 부조리를 저지를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그 내용을 보면 기껏 복지기금, 위문활동비, 판공비, 지휘 운영비 이런 기금을 운영했다는 건데, 사실 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단장이나 군사령관은 어떻게 보면 24시간 공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3년에 걸쳐서 1억원 이상'''' 이라고 하니까 우리 국민들은 ''''장군이 1억원 이상 부조리를 저질렀다''''고 하는데 이것은 한꺼번에 1억원을 갖다 줘서 그것으로 땅도 사고 개인이 착복한 경우와는 다르다.

    이것은 그냥 관례적으로 여러 가지 부대를 위해서 사용했던 돈을 합치고 보니까 3년에 걸쳐서 1억이 넘었다는 이야긴데 잘 모르시는 분들은 대단히 큰 부조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처럼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것을 비리라고 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군 내부에 관례 비리라고 할만한 내용이 못된다는 건가?

    ''''그렇다. 군단장이 되고 군사령관이 되면 가족 등 주변에서는 출세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군사 정부 시대와는 다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수많은 부하들을 사방에 깔아놓고 있으니 바람 잘 날 없고 아주 엄격한 여러 윗분들이 계시고 또 언론들이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다 보니까 지금은 생각과는 다르다.

    그러니까 고향 어르신들이나 선후배들이 군단장 됐다고 모두 찾아온다. 그러면 그 분들 잘 대접해서 선물도 사주고 또 골프 한번 치자고 하면 골프도 쳤다. 그런데 사실 과거에는 이런 것들을 민군 친선차원에서 적극 권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그분들이 이것을 부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격히 말하면 개인 돈으로 해야 하지만 통상 비서실에서 다 해결해왔다. 대만군대에서는 지휘관의 손님이 오면 식사비 등 그 손님에게 드는 비용을 전부 국가에서 지불한다. 그러니까 이런 일은 제도적으로 고쳐야 할 일인데 사람을 잡아넣고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군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을 보면 가슴 아프다.''''



    -그렇다 해도 지휘활동비, 복지비, 위문비 등을 개인적인 접대비, 선물비, 경조사비로 사용한 것은 어쨌든 비리 아닌가.

    ''''그렇다. 사실 비리다. 그런데 이것은 지탄은 받더라도 처벌을 시킬 만한 사안은 아니다. 제도를 고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처벌시킴으로써 국가와 군에 이익이 된다면 좋겠지만 국민이 군을 불신하게 하고 또 군 내에서도 옳으니 그르니 하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군단장 출신이나 군사령관 출신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 사람이 정직하게 답변한다면, 신대장이 한 것과 같은 답변을 할 것이다. 관례대로 했다고, 그것으로 자신이 무슨 집 사고 땅사고 착복했냐고, 어떻게 보면 군을 위해 쓴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 쉽다. 그래도 앞으로는 그런 작은 일까지도 싱가폴이나 대만처럼 아주 투명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표원장님이 현역으로 계실 때도 이런 일이 공공연한 관례였나.

    ''''그랬다. 이것 참 방송에서 말하기 곤란한데, 그래도 내가 양심에 거리끼지 않는다. 나는 군 개혁에 미쳐있는 사람인데 이 부분에 관한 한 나도 고등학교 동기들에게 육군회관에서 밥도 사고 골프도 쳤다. 그러면 그 돈을 다 행정실에서 어떻게 해서 그런 식으로 전용했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나 보고 군 개혁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 입장에서도 개혁이 아니다.''''



    -신 대장 측에서는 대장 승급 때 이미 내사를 거쳤던 사안이고, 횡령했다는 금액도 대부분 군 내부에서 사용한 것이므로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번 수사가 시작된 계기는 ''''투서'''' 때문이라는데, 5월 군 정기 인사를 앞두고 군 내부의 권력 갈등 때문에 빚어진 일은 아닌가?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군의 진급경쟁은 정말 첨예하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과 줄줄이 연관된 이익을 보는 층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니까 투서 등의 방법이 활용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왜 군이 이런 내용을 언론에 흘려서 상황을 이렇게 만들고 있는가. 이런 점이 참 석연치 않다. 도끼로 제발 등 찍는 것과 다름없는데 말이다. 신대장의 경우 다음 자리는 국방부 장관밖에 없다. 대단한 자리이긴 하다. 국방부 장관 위치를 놓고 보이지 않는...

    그 전에야 5.16이후에 계속해서 한쪽에서 해 왔지만 또 한 5년 동안 다른 쪽으로 바뀌지 않았나. 지금까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이것이 의도적이지 않고서야 이 조그만 사실을 이렇게 터뜨려서... 결국은 1천만원으로 해서는 국민이 납득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줄이려고 하는 것처럼 하다가 1억원이 넘는 숫자로 만들어서 국민들을 분개하게 했는데 이렇게 만드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그것은 군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지금과 같은 정보화시대, 열린사회에서 이런 식으로 해서 속아 넘어 갈 사람이 어디 있나. 제일 높은 대장을 잡아넣었으니 군개혁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오히려 진정한 군개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겠나? 그런 결과를 초래할까 싶어 심히 염려스럽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새로 구성된 정치권과 내가 알고 있는 군통수권자 이런 사람들은 진정한 개혁을 바라지, 이런 일종의 장난 식의, 전혀 문제될 것도 없는 것을 가지고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지금 탄핵 때문에 통수권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이건 내가 보기에는 아주 수준 낮은 장난이라는 생각을 금치 못하겠다.''''



    -실제로 군이라는 구조가 군 검찰에 투서가 들어가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

    ''''군 검찰이 군 지휘 체계아래 있지 않나. 그러니까 형식만 빌렸을 뿐이지 거대한 음모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 군에 대해서 잘 아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솔직히 군검찰이라는 사람들이 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군대에 대해서는 그렇게 조예있는 사람들이라고는 볼 수 없다.
    만일 군 내부에서 그런 장난을 했다면 이것은 상당히 엄중히 파악해서 이런 류의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군과 국가를 위하는 길이 아니겠나 생각한다. 특히 군의 자존심을 살리고.''''



    -또 하나의 의구심은 정기 인사를 앞두고 이른바 김대중 정부 당시 승승장구하던 호남인맥에 대한 정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초점을 맞추면 또 하필 신대장이 그쪽 출신이다 보니까. 그러나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한 일은 군에서 하지 말아야 한다. 또 그런 장난을 지금도 한다면 그것은 정말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전에 박정희 정권 때는 그런 것이 가능했다. 한 때는 이북사람들이 싹쓸이하다시피 잡고 있기도 했는데 그것도 다 옛날 이야기다. 지금 그렇게 되겠나?''''




    -관행이었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군을 개혁해야 할 텐데. 군 개혁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방향과 비전과 어떤 모습의 군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개혁해야 한다. 정말 시급한 문제는 우리 군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있는데 그런데 민족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일제 앞잡이들이 우리 군을 장악하고 육군참모총장을 21대까지 일본군 출신이 했다. 민족의식을 이야기하면 자기들의 맹점이 드러나니까 사관학교 교육을 포함해서 간부들에게 민족적인 자부심과 민족혼을 불어넣는 교육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죽여 왔다. 그러니까 대개 군출신들이 극우적이고 보수적이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 그러한 의식과 문화를 개혁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하도 오랫동안 군사정부가 중심이 되다 보니까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랄까. 군대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하느냐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데 군대야 말로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보는 의식, 사상,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이 전혀 없다 시피 해왔다. 왜 없느냐 그건 교육을 안 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군대가 부조리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적인 것은 바로 이런 의식과 문화를 개혁해서 민족적인 자존심과 자신감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조직보다 부조리 없는 집단이 군대라고 자신한다. 그러니까 세세한 것은 마지막에 제도를 고치는 쪽으로 해가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신대장님과는 아는 관계인지 묻고 싶은데.

    ''''전혀 모른다. 아주 새까만 후배들이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고 상당히 능력 있고, 성격이 꼬장꼬장해서 적이 많다. 나처럼(웃음). 개인적으로 관계도 없고, 과거에 어떤 연관도 없다.''''



    ▶진행:김근식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98.1MHz 월~토 오후 7시~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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