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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촬영 사인을 보낸다. 배우가 감정에 몰입, 연기를 시작하자 멀리서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
''''기호 00번 XX당 군수 후보 AA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동시녹음팀의 NG 사인과 함께 영화 스태프들이 선거 유세차량을 막기 위해 달려간다.
최근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영화 촬영장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풍경이다.
오는 31일 실시될 선거 출마자들의 선거운동이 영화 촬영장의 새로운 ''''방해꾼'''' 혹은 ''''협력자''''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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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촬영이 적지 않고 동시 녹음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 제작 과정의 특성상 촬영장 인근의 소음은 촬영의 절대적인 방해꾼.
해방 직후를 시대 배경으로 한창 촬영이 진행중인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을 제작중인 영화사 KINO2(키노투)의 김종원 대표는 ''''전남 장흥 등 한적한 지역만을 찾아다니며 촬영을 하고 있지만 어김없이 출현하는 선거 유세 차량 때문에 촬영이 중지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시장, 군수, 지자체 의원 등 지방이라 해도 각 지역 출마자의 수가 수십명에 이르고 선거운동에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촬영장 인근을 지나는 유세 차량은 하루에도 수십대.
KINO2 측은 현장에 나타나는 유세 차량에 촬영 사실을 알리는 것은 물론 지역 선거관리본부에 공식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등 ''''소음''''으로 인한 촬영 방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전남 보성의 녹차밭에서 촬영중인 김주혁, 문근영 주연의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역시 선거 유세 차량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경우.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전재영 프로듀서는 ''''넓은 녹차밭 끝에서 선거 구호를 방송하며 지나가는 유세 차랑을 저지하기 위해 촬영 스태프들이 짧지 않은 거리를 달리는 일이 허다하다''''며 ''''지나는 행인들만 통제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지역 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마찬가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점점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선거 유세 때문에 촬영 스태프들의 스트레스는 그만큼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
잦은 ''''출몰'''' 빈도에 비해 일단 협조를 구하면 이에 대한 선거 운동원들의 태도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각 지자체가 관광상품 개발과 지역 홍보를 위해 지역 영화 촬영을 적극 유치하고 지원하고 있는데다 각 후보들의 공약 사항으로도 적잖게 등장하는 ''''아이템''''이기 때문.
한 영화 관계자는 ''''일단 지역 선거 관리 기관 등에 협조를 구하면 즉시 조치가 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방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