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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 나눔 운동'' 300만 그릇의 의미

청량리역

 

2일 낮 서울 청량리역 광장.

88년부터 시작된 다일복지재단의 무료급식 사업인 밥퍼 나눔 운동의 300만번째 밥그릇이 나눠진 것을 기념하는 뜻 깊은 시간이 펼쳐졌다.

지난 18년간 날마다 그랬듯이 이날도 1500여명의 시민들이 이 곳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했다.

거대한 그릇에서 한꺼번에 10여명의 사람이 비비는 비빔밥을 만드는 풍경과흥을 돋구는 민속놀이는 어려운 이들의 생활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푸른 봄 하늘 아래 설치된 하얀 천막에서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몰려든 인파들은 비빔밥 한 그릇을 맛있게 뚝딱 비웠다.

십여년 가까이 대가없이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는 지난 봉사활동의 보람이 지나가는 듯 어느새 기쁨어린 미소가 자리 잡았다.

7년째 이 단체에 몸 담아 청량리에서 밥을 푸고 있다는 자원봉사자 안인애(44)씨는 "노인들과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고 말했다.

특히 함께 봉사활동에 나선 남편의 달라진 모습에서 또 다른 위안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전에는 노숙자와 독거노인을 나쁘게만 보던 남편이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는 그들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너그러운 마음 씀씀이를 보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밥퍼 나눔 운동은 밥을 얻어먹는 사람들은 물론 밥을 푸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왔다.

문제는 무료급식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사실.

2000년 10여만 그릇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26만 그릇으로 껑충 뛰었다. 작금의 한국사회 코드가 돼 버린 양극화 현상이 이 밥퍼 나눔 운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밥퍼 나눔 운동이 300만번째 그릇을 채웠다는 사실은 오히려 우리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그 만큼 커졌다는 현실과 맞닿아있다.

이곳까지 경기도 등지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러 먼 길을 달려오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밥을 먹은 뒤 한 두 끼 식사를 싸서 간다고 한다.

이날 청량리역 광장에는 많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 아닌 축하의 인사를 건냈다. 그러면서 그들은 스스로 "쌀 한 톨이 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양극화 현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들의 그 같은 약속은 청량리역 근처에 새로 솟는 호화로운 초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메아리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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