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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반쪽목사'' 전생수의 못다한 이야기

    • 2006-04-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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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죽으면 내 몸의 쓸모 있는 것들은 필요한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머지는 내가 예배를 집례할 때 입던 옷을 입혀 화장을하고,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고향 마을에 뿌려 주기를 바란다. 내가 죽은 뒤에는 나에 대한 어떠한 흔적도 땅 위에 남기지 말라(푯말이나 비석 따위조차도). 와서 산만큼 신세를 졌는데 더 무슨 폐를 끼칠 까닭이 없도다."

    1954년 9월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난 전생수 목사는 지난해 10월 새벽기도를 하던 중 뇌졸중으로 쓰러져 별세했다.

    2004년 미리 작성한 유언에 따라 그의 각막과 신장, 간장, 심판막 연골 등 장기는 모두 7명의 환자들에게 기증됐다.

    전 목사의 유고집 ''더 얻을 것도 더 누릴 것도 없는 삶''(kmc 펴냄)이 출간됐다.고인이 매주 주교에 쓴 시와 인터넷 카페에 쓴 에세이, 묵상의 글, 설교, 직접 찍은사진 등을 묶었다.

    고인은 평소 스스로 ''반쪽목사''라고 불렀다. 정규 신학교를 마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 촌놈의 의미인 ''만득이'', ''귀 있는 자는 들어라''라는 예수의 말씀에서 따온 ''허이(虛耳)'' 등도 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참된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한때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평생을 무소유로 살았다. 고인이 남긴 재산은 10만원도 채 안됐다.

    고인은 ''섬김''이라는 글에서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으로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을 할 수 없게 된 까닭은 섬김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 우위에 서려고 경쟁만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딧불''이라는 제목의 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살이가 캄캄하다고 하는구나/이렇게 캄캄한 세상에 너만큼만 되어도 좋겠구나/어두운 밤에 풀숲에서 깜박이는너만큼만 되어도"라고 읊었다.

    25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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