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특수부 검사 출신이 "검찰수사가 기업간의 형평, 사건간의 형평을 잃게 되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해 주목된다.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인 함승희 변호사는 "대우분식회계나 SK분식회계, 최근의 두산 사건이나 삼성 엑스파일 사건을 보면 어떤 건 아주 가혹하게 수사를 하고, 또 어떤 건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흐지부지하고, 당연히 구속되어야 할 것이 불구속되고" 있다면서 검찰이 늘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한다고 변명하는데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함승희 변호사는 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신율 저녁 7:05-9:00)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돌연 출국과 관련해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것"이란 게 중론이라며 비자금 수사는 "한두 사람이 저지른 부정이 아니고, 더군다나 비자금 조성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인데, 그렇다고 보면 관계자의 신병 확보가 수사 성패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점에서 "검찰 발표 낌새를 알아차리고 나갔다면 내부적 수사 기밀을 어떤 루트를 통해서든 밖으로 흘렸다는 얘기이므로 상당한 문제"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정몽구 회장이나 아들 정의선씨가 수사의 중심에 서 있는데 검찰이 출국을 방치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비자금 수사를 보면 "검찰 입장에서 사건 관계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출국 금지를 시켜놓고, 사업이나 공무상 출국이 필요할 경우 소명을 들어 출국을 허용한다"면서 "다만 출국정지도 본인의 명예나 신용에 중요한 사항이므로 비공개하면 된다"며 검찰 수사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함승희 변호사는 또 "과거 새마을사건 비리 때 전경환씨가 갑자기 일본에 출국했을 때 언론이 해외도피를 톱뉴스로 다루자 3일 만에 제 발로 돌아와 구속"된 일이 있는데 "YS정권 초기에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이원조 전 의원이 일본으로 출국했을 때는 1단 기사로 취급"된 적이 있다면서 언론이나 여론 역시 이중잣대에서 벗어나야 "매도 미리 맞으라고 괜히 나가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나중에 들어와 또 사법처리"된다는 생각을 확실히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함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이번 사건을 놓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지만 "수사는 수사고 스포츠는 스포츠"라며 죄가 있는지 여부를 제대로 밝히는 것이 핵심이지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함승희 변호사
- 정몽구 회장이 외국에 나갔는데?본인은 "미국 현지 법인 업무 처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출국했다. 검찰 수사에 필요하면 언제든지 귀국하겠다"고 했다는데,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의도였다는 게 중론이다.
- 검찰은 "담당검사도 몰랐다"고 말하는데?그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번 수사는 많은 관계자 진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두 사람이 저지른 부정이 아니고, 더군다나 비자금 조성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인데, 그렇다고 보면 관계자의 신병 확보가 수사 성패의 관건이다. 따라서 검찰 입장에서 사건 관계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출국 금지를 시켜놓고, 사업이나 공무상 출국이 필요할 경우 소명을 들어 출국을 허용하면 지금같은 오해나 수사 난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출국 정지도 본인의 명예나 신용에 중요한 사항이므로, 수사로서 혐의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비공개 하는 게 필요하다.
- 어쨌든 출국 금지를 안 한 것은 검찰의 문제 아닌가?검찰은 신병 확보에 자신이 있다지만, 과거 재벌 총수들의 전례에 따르면 본인이 안 들어올 경우 강제로 데려올 방법은 없다.
- 정몽구 회장이 나가자마자 검찰의 발표가 나왔는데?만약 검찰 발표 낌새를 알아차리고 나갔다면 검찰 수사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부적 수사 기밀이 어떤 루트를 통해 밖으로 흘렀다는 얘기이므로 상당한 문제다. 그게 아니더라도 정몽구 회장이나 아들 정의선씨가 수사의 중심에 서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 시점에 맞춰서 출국했으며, 검찰이 출국을 방치했다는 것은 문제다.
- 야당 측에서는 출국 금지를 요청했는데?여러 가지 물증이 확보돼있고, 본인 진술은 천천히 듣더라도 다른 여러 관계자 진술을 통해 규명할 수 있다는 검찰의 자신감이 있다면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검찰이 경제에 주는 충격은 최소화하면서 진실을 규명할 자신이 있다면 지금 이 단계에서 출국 금지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은 걸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 ''경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건 기업인의 사법 처리는 최소화하면서 정치인 로비 부분에 대해선 진실을 밝히겠다는 얘기일 텐데. 이런 수사 기법을 많이 쓰나?경제에 주는 충격은 최소화하면서 불법 로비 부분을 밝히기 위한 수사 기법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기업간의 형평, 사건간의 형평을 잃게 되면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건 하나의 변명거리가 된다. 과거의 예를 볼 때 대우분식회계나 SK분식회계, 최근의 두산 대상 사건이나 삼성 엑스파일 사건에서 어떤 건 아주 가혹하게 수사를 하고, 또 어떤 건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흐지부지하고, 당연히 구속되어야 할 것이 불구속되었다. 경제에 주는 충격의 최소화라고 변명을 하는데 이건 안 되는 것이다.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불법 로비 부분을 밝히는 건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서 검찰이 꼭 지켜야 할 것은 사건간의 형평, 기업간의 형평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우 출국 금지를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돌아온 후에도 최초 수사와 똑같은 수사 의지를 가지고 검찰이 수사해야 했다. 그런데 과거의 예를 보면 다 흐지부지 했다. 그리고 검찰도 강한 수사의지를 가져야 하지만, 언론이나 여론도 확실한 의지를 굳힐 필요가 있다. 과거 새마을사건 비리가 언론에 보도됐을 때 전경환씨가 갑자기 일본에 출국했다. 그때 전 언론에서 전경한씨 돌연 해외 도피 사건을 톱뉴스로 다뤘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나갔다가 3일 만에 여론의 압력에 의해 제 발로 돌아와서 구속됐다. 그 비슷한 예로 YS정권 초기에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 때 거의 비슷한 혐의를 가진 이원조씨가 일본에 출국했다. 그때 똑같이 톱뉴스로 보도했다면 이원조씨는 현역의원이었기 때문에 들어와서 사법처리 됐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언론에선 1단 기사 외엔 취급하지 않았다. 시대 상황에 따라,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리 취급되는 세태는 없어져야 한다. 도망간 사람은 공소시효도 소용없다. 매도 미리 맞으라고 괜히 나가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나중에 들어와서 사법처리되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
-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의혹이 많다고 보나?
자기자본비율이 10%대인데도 불구하고 6.16%로 고의적으로 낮추지 않았는가, 또 금융기관이 아닌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이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이 의도적이지 않았나, 그리고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관계자나 그 당시의 재경원이나 금감원 관계자, 론스타 관계자들이 유착되지 않았나, 그리고 그 과정에 김재록씨가 개입되지 않았나 등이 핵심 의혹이다.
- 이 수사가 핵심에 갔다고 보나?아직은 가지 않았다고 본다. 현재 검찰에서는 국세청에서 론스타가 탈세했다고 고발한 사건, 860억을 불법으로 외환반출했다고 국세청에서 통보한 사건이 주 수사 타겟인데. 내가 얘기한 의혹들이 분명히 밝혀져야 외환은행이 헐값에 론스타에 넘어갔는지의 여부가 밝혀질 것이다.
▶진행: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월~토 오후 7시~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