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같은 날 한 방송국의 두 아나운서가 생방송 도중 눈물을 흘렸다.
한명은 프로그램을 끝내고 새로운 출발을 앞둔 박혜진 아나운서고 또 한명은 바로 5년간 뉴스데스크를 진행하고 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정든 앵커직을 떠나는 김주하 앵커다.
지상파 정규 방송 도중 방송진행을 맡은 앵커가 눈물을, 그것도 시간대는 다르지만 5시와 9시대에 회한의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김주하, 시청자 여러분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 5년간 뉴스데스크를 진행해온 김주하 앵커는 이날이 바로 마지막 방송이었다. 뉴스데스크를 여느때와 같이 순조롭게 진행하던 김주하 앵커는 날씨소식까지 끝나고 클로징 멘트를 앞둔 상황이 되자 엄기영 앵커가 운을 뗐다. "오늘이 김주하 앵커의 마지막 방송"이라면서 아쉬움을 전하자 곧바로 김주하 앵커가 말을 받았다.
""벌써 5년이 됐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로부터 너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음에 다시 성숙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고 말하는 사이 김 앵커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윽고 "저를 대신하는 박혜진 아나운서는 저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소개하는 사이 박혜진 아나운서가 생방송도중 꽃다발을 들고 스튜디오를 찾아와 김주하 앵커에게 선사했다. 제작을 맡은 보도본부 임원들과 스태프도 카메라 앞으로 나와 박수로서 김주하 앵커의 고별 무대를 축하했다.
이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타고 수초동안 생생하게 시청자들의 안방까지 전달되는 뉴스데스크 사상 처음있는 색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박혜진, 소중한 추억을 갖게 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보다 앞선 오후 5시 반경 김주하 앵커의 후임 앵커로 내정된 박혜진 아나운서는 그동안 맡고 있던 ''생방송 화제집중'' 고별방송에서 역시 석별의 눈물을 흘렸다. 1년 반동안 진행하면서 깜직함과 순발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안겨준 박 아나운서는 역시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서 "여러분들과의 첫만남을 가진 그 때는 2004년 굉장히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가을날이였는데 절대 잊을 수 없다"면서 "소중한 추억을 갖게 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가지고 가는 것이 많다. 애정과 따뜻함..여러분께 받은 사랑을 가지고 ..."라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박혜진
불과 이날 방송 5시간전에 기자들과 만나 환한 얼굴로 새로운 각오와 포부를 밝혔던 박 아나운서는 떠나는 심정과 새로운 출발 기쁨과 셀레임의 선상에 동시에 서서 정들었던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먼저 표현한 것이다.
눈물로 아쉬움을 나타냈던 박혜진 아나운서는 오후 9시 50분경 메인 뉴스 스튜디오를 찾아 역시 눈물로 방송을 마감하는 김주하 앵커의 고별 방송을 지켜보며 조용한 응원을 한 것이다.
최문순 MBC 사장은 지난 2월 초 아나운서국 웹진 ''언어운사''창간식에서 "내가 사장이기는 하지만 시청자들과의 만남에 있어 아나운서 여러분들이야말로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 아나운서는 결국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방송인으로서 최선의 인사를 방송을 통해 한 셈이다. 손석희 전 아나운서 국장도 최근 퇴임 기자 회견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나는 참 행복한 아나운서였다"고 시청자들에게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역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방송을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는 중책을 맡은 방송인으로서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깨우친 이들의 눈물은 진정한 프로페셔널 방송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