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짓점 댄스
4박자 스텝으로 다이아몬드를 그리며 360도를 도는 ''꼭짓점 댄스''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배우 김수로씨가 KBS2TV ''상상플러스''에 출연해 선보인 이 춤은 월드컵 응원 열기와 맞물리면서 인터넷 동영상을 타고 삽시간에 퍼져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신입생을 맞이한 각 대학가의 열기가 뜨겁다.
''집단 신명''과 ''신세대 정서''를 결합해 각종 모임과 ''새내기 새로 배움터(예비대학)'' 등지에서 단골 메뉴가 되고 있는 것.
꼭짓점 댄스의 최대 강점은 우선 단순한 동작의 반복으로 배우기 쉬운데다, 서너명에서 수백명까지 모든 사람이 동시에 참여하면서 집단적 신명을 만끽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가에서는 ''꼭짓점 댄스''를 80년대 대학가를 풍미했던 ''해방춤''과 ''농민춤''의 21세기형 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80년대 초반 격렬한 학생운동의 한복판에 등장했던 해방춤과 농민춤은 2박자 또는 4박자의 경쾌하면서도 격렬한 몸동작이 주 특징이다.
또 한 두 명이 아닌 수 백 명이 동시에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 데 그 묘미가 있었다.
꼭짓점댄스는 춤의 동작과 스텝을 보면 해방춤 보다는 농민춤에 더 가깝다. 농민춤은 탈춤을 응용한 손동작으로 좌우 사방으로 4박자 스텝에 맞춰 춤을 추면서 360도를 회전한다. 전통적인 춤사위와 집단적 신명을 코드로 했던 이 춤은 80년대 대학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농민춤과 해방춤은 90년대 들면서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대신 10여 명이 민중가요 등 투쟁가에 맞춰 자로 잰 듯한 몸동작을 보여주는 이른바 ''율동''이 90년대 중반께 등장했다.
율동패로 불리는 준 전문가들의 정교한 집단 율동은 일종의 응원무 형태를 띠었다. 율동문화는 80년대의 ''참여하는 문화''에서 ''구경하는 문화''로 풍속도를 바꿔버렸다.
이런 신세대 토양 속에서 등장한 꼭짓점 댄스는 80년대 식 격렬한 동작 대신 가벼운 코믹성으로 버전을 바꿔 대학생들을 다시 ''참여의 신명''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보는 데서 ''참여''로, 개인에서 집단으로, 시큰둥한 냉소에서 열기 넘치는 신명으로 신세대문화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는 셈이다.
전남대 총학생회 박주희 문화국장은 "수십명의 새내기들이 추는 꼭짓점댄스를 보면서 잠시 시들했던 군무(群舞)의 신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꼭짓점댄스는 새로운 대학가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꼭짓점 댄스는 오는 6월 독일월드컵의 대표적 응원양식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지난 1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앙골라와의 축구 평가전에서 붉은 악마들은 2002 월드컵 응원가였던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면서 꼭짓점 댄스를 펼쳐 보였다. 시연 장면은 언론과 시민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4년 전 길거리 응원이라는 새로운 월드컵문화를 보여 준 대한민국이 이제 ''꼭짓점댄스''라는 민족적 신명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