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숙
중견 탤런트 한혜숙은 지난 3년간 3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외에 영화 등 다른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로지 드라마에 열중하며 3년을 보냈다.
그 3편은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2002년~2003년)'' · ''왕꽃 선녀님(2004년~2005년)''과 현재 방영 중인 SBS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집필가가 모두 임성한 작가란 사실이다.
한혜숙은 ''임성한 패밀리''로 통한다. ''인어아가씨''부터 주요배역으로 출연, 호흡을 함께 해온 그는 임 작가 특유의 ''도치화법''을 가장 잘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인어아가씨''의 도도한 여배우 심수정에게서 가장 잘 드러났다. 당시의 호평은 임 작가의 후속작에 잇따라 출연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현재까지 환상 호흡을 자랑하는 중이다.
"미혼, 완벽주의자, 할 말은 한다"방송 중인 ''하늘이시여''에서는 전작보다 비중이 더욱 크다. 버린 친딸(윤자경)과 의붓아들(구왕모)을 결혼시켜 불행한 딸에게 행복을 주려고 고군분투하는 어머니로 출연, 극의 발단과 위기를 이끌고 있다. 방송 초기 ''폐륜 드라마''라고 낙인찍힐 만큼 거센 질타를 받았지만, 종받으로 치닫는 현재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인기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 비판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주요 이유는 애끓는 모성애를 펼치는 한혜숙의 연기 덕이 크다. 물론 이면에는 임성한 작가와 한혜숙의 ''궁합의 힘''이 작용했다.
지난 27일 ''하늘이시여'' 촬영 현장에서 만난 한혜숙은 주저없이 "임성한 작가와 코드가 맞는다"고 했다. 3년간 출연한 드라마가 모두 임 작가의 작품이었던 이유도 바로 ''코드'' 때문.
그러면서 큰 문제 없이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두 사람이 지닌 공통점 3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미혼이고, 둘째 일에서 완벽주의자라는 점, 셋째 ''할 말은 한다''는 것이다.
"그 많은 대본에 오타 하나 없는 완벽주의자"라고 임 작가를 평가한 한혜숙은 "할 말은 한다. 지적할 것은 가감없이 얘기하고 넘어간다"며 둘의 공톰점을 강조했다. 각각 50대와 40대로 세대는 다르지만 ''미혼''인 점도 같다. 서로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해 작품의 의도와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재촬영 요구에 "다시는 임 작가 드라마 출연 안 해" 다짐했지만…
''코드가 맞는 사이''라고 해서 늘 좋지만은 않다. 최근 임 작가가 촬영을 마친 장면에 느닷없이 재촬영을 요구하자 "다시는 임 작가 드라마에 출연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적도 있었다.
내용인 즉, 극 중 엄마란 사실을 밝힐 수 없는 딸 자경에게 직접 끓인 미역국을 먹이는 장면(45회)에서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한혜숙이 눈물을 흘리고 만 것. 방송 전 이를 확인한 임 작가는 부랴부랴 재촬영을 요구했고 촬영이 잡힌 전날 밤 11시 이 소식을 접한 한혜숙은 황당함을 감추 수 없었다. 특히 촬영 당시 입은 협찬사 의상이 이미 팔린 사실은 그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렵게 같은 옷을 구해 촬영은 끝냈지만 "다시는 출연 하지 않겠다"라고 마음 먹는 것도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방송을 확인한 순간, 한혜숙은 돌아섰다. "역시 임성한"이란 뜻이다. "방송을 보고서야 임 작가가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렸는지 이해했다"며 작가의 의도에 동의를 표한 한혜숙은 작가와의 신뢰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