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현
전문연기자나 가수가 이제는 주전공이 아닌 목소리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전문성우들의 고유영역이라 여겨지던 나레이션분야에 연기자 가수들의 잇따른 목소리 출연이 눈길을 끈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스페셜-신자유의를 넘어, 차베스의 도전''에 낮익은 나레이션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영화배우 문소리였다. 의식있는 배우로서 자기 색깔이 강한 문소리의 목소리 출연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반가움을 안겨줬다는 평이다.
26일 오후 11시 30분에 방송되는 MBC 스페셜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에는 중견 탤런트 노주현이 나레이터를 맡았다. 어떻게 하면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느냐의 문제와 이혼 위기를 맞이한 부부들에게 다시 행복했던 신혼생활의 달콤함을 가져다 줄 수 있느냐의 문제를 다룬 이 다큐멘터리에 시청자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친숙한 아저씨 이미지의 노주현이 나레이터로 전격 발탁됐다. 노주현 역시 나레이터로의 변신은 처음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지적 이미지를 높여온 문성근은 SBS 스페셜 등에 자주 등장한 나레이터다.
기존에 배한성 양지운 박일 김영민 같은 전문성우들이나 이금희 아나운서 같은 아나운서들의 영역이다 시피했던 다큐 나레이션분야에서 점차 목소리의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배우들의 프로그램 나레이션 등장이 점차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시청층, 주제, 배우의 호감도 발성 등이 고루 감안
목소리를 등장시킨 KBS 스페셜 이강택 PD는 "문소리 씨가 연극을 한 경력때문인지 발성의 기본기가 돼있는데다 이번 주제와 같은 경우에는 전문성우보다 진정성이 더 돋보일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그동안 너무 나레이션이 전형화 돼 있는 것 같아 형식을 탈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소리
노주현의 목소리를 캐스팅한 MBC 정호식 CP도 "우선 주제와 맞는 인물인지를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볼 타깃 오디언스를 감안한다"며 "또 그 배우의 호감도도 무시할 수 없는데 여기에 새로운 목소리를 시청자들의 요청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레이션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했던 인물은 바로 개성있는 목소리의 소유자인 가수겸 DJ 배철수. 또 이문세, 과거 성우 출신으로 안정감있는 목소리가 장점인 배우 한석규, 가수 김창완, 양희은, 한영애 등이 있다. 방송가에서 여러 상황만 맞으면 쓰고 싶어하는 배우로는 국민배우 안성기가 꼽힌다.
그렇다면 목소리 출연을 하는 배우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연기자를 나레이터로 써 왔던 한 연출자는 "스케줄이 허락할 경우 대개 출연료에 구애받지 않고 흔쾌히 나서는 편"이라며 "본인들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SBS의 한 교양 프로그램 중견 연출자는 "앞으로 나레이션 분야의 역할 다양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