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知難 行亦不易(지난 행역불이) ''''아는 것은 어렵지만 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이 귀감으로 삼고 있는 말이다.
중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호적(胡適: 1891-1962)이 상해 대학교에서 강연한 제목인데, 정의동 사장은 그처럼 실천을 중시한다. 또 실천함에 있어서도 솔선을 앞세운다.
해군장교 훈련시절, 교관을 맡은 해병대 대위가 흙탕물로 먼저 들어갔던 인상 깊었던 장면을 자주 이야기하며 솔선을 덕목으로 꼽는다. 재경부 출신이지만 관료 냄새가 나지 않고, 말이 시원시원하고 토론과 대화를 좋아한다.
코스닥을 키운 장본인으로 개방적 시장주의자로 통하는 정 사장은 2004년 4월 최초의 공모사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 2년간 일반기업체 재직경험과 관료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증권예탁결제원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4월 증권예탁결제산업의 올림픽을 서울로 유치하면서, ''''아시아 리더, 글로벌 파트너''''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정 사장은 또 펀드자산 결제관리 시스템인 펀드넷을 금융기관 전체로 확대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발전시킬 계획이며, 올해 실물증권을 대체하는 전자증권 도입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내년부터 실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예탁결제원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하는 정 사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정의동 사장과의 일문 일답>다음은>◈ 증권예탁결제원에 대해서 사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있다., 증권산업에서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 증권예탁결제원이 하는 일이 전면에 나와 있지 않아서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예탁결제원은 현재 유가증권 예탁업무, 결제업무, 증권대행업무, 채권등록업무, 국제예탁결제업무 등 증권시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실 1,400조원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유가증권 중 주식의 73%, 채권의 95%를 집중예탁 받아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또 연간 약 1천700조원(채권장외결제와 장내주식채권결제)에 달하는 장내외시장 결제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국내 상장,등록기업 중 1,700개(40%) 기업의 명의개서 대행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약 500조원의 채권을 실물증권이 없는 등록형태로 발행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170억달러에 달하는 국제투자분에 대한 보관 결제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예탁결제원은 금융증권시장의 기간구조로서 증권의 발행 및 유통과 금융거래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경제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물류비용을 절감시키는 역할을 하는 증권시장의 핵심 인프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 증권예탁결제산업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예탁기관회의(CSD9)를 내년 서울에 유치했는데, 지금 준비 현황은?= 예탁결제원은 국내 유일의 중앙예탁기관으로서 예탁결제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국제증권관리업무협회(ISSA),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등 다수의 국제기구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증권예탁결제산업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제9차 세계중앙예탁기관회의(CSD9)를 내년 4월(11일-13일) 서울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CSD9 회의는 증권시장의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하는 전 세계의 중앙예탁기관 및 청산,결제기관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증권산업과 인프라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서, 100여개 회원국에서 약 1,000명 이상의 증권업계 인사가 참가하는 대규모 회의다.
이번 회의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의 IT산업과 증권산업의 발전 등 한국증시인프라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나아가 증권예탁결제 인프라의 증권산업에서의 기능과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회로 활용하여 예탁결제원의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역할 수행 가능성을 모색하는등 우리나라의 동북아금융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준비를 할 예정이다.
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 베트남과 태국 등으로 예탁결제업무의 해외 전수도 활발한데요, 처음으로 해외 유상컨설팅을 하고 있죠?= 증권예탁결제원은 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99년 베트남의 호치민 증권거래소 설립과 관련하여 예탁결제제도 전수를 위해 최초로 전문가를 파견한 것을 계기로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독립국가연합국에 예탁결제제도 연수 등을 무상으로 지원하여 왔으며,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개도국을 대상으로 매년 연수, 전문가 파견 등을 시행하여 왔다.
2004년 8월에 태국 증권거래소 및 중앙예탁기관에서 우리 증권대차, Repo(환매조건부채권매매) 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식하고 컨설팅서비스 제공을 요청해 왔다. 이전과는 달리 태국의 경우 최초의 유상서비스 제공이다. 지난해 6월 업무 및 IT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하여 개발하여 왔으며, 올해 3월에 마무리 될 예정으로 약 40만불의 수수료 수입이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 개도국을 대상으로 협력차원에서 추진되어온 연수, 전문가 파견 등을 넘어 이제는 수익사업으로의 기반을 마련하고, 아울러 정부의 동북아금융허브 추진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능으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 최근 간접투자 열풍으로 펀드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펀드 결제관리를 예탁결제원에서 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 2005년 4월에 개통된 예탁결제원의 간접투자자산예탁결제시스템(FundNet)은 증권ㆍ선물ㆍ은행ㆍ보험ㆍ자산운용사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금융기관(160여개)과 네트워크로 연계돼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을 매매하는 경우 금융기관간 매매확인ㆍ결제지시ㆍ결제ㆍ예탁증권관리 등을 전자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지난 외환위기 때 국내 펀드산업은 펀드간 편출입 등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한 채 급격히 붕괴했고, 업무처리도 전화ㆍ팩스 등 수작업에 의존하는등 고비용ㆍ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펀드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여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효율성 제고를 위해 혁신적 조치가 필요했다.
이번 FundNet 구축 이후 자산운용산업 신뢰 회복을 통해 펀드시장이 ''''03년말 145조원에서 현재 210조원으로 급성장하고, 펀드산업 업무처리비용도 연간 약 100억원의 획기적 절감을 가져왔다. 앞으로 FundNet을 한국은행 외환전산망ㆍ은행연합회 신용전산망 등과 연계를 통해 자산운용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FundNet의 기능을 더욱 개선하여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핵심인프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3월까지 금감원 상시감시시스템과 연계를 완료하여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펀드의 투명성을 확보함은 물론 투자일임자산도 금년 중에 동 시스템에 수용하여 펀드산업 전체에 서비스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동북아금융허브 추진전략과 연계하여 해외기관과의 네트워크 연계를 추진하는 등 금융의 글로벌화에 대비할 예정이다.
결제원
◈ 지난해 CD사고 등 각종 금융사고로 불안감이 컸었는데, 예탁결제원에서는 실물증권을 대체할 전자증권제도를 추진해오지 않았나?= 유가증권은 예탁결제원에 대부분 예탁되어 있고 불발행제도가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실물증권이 유통되고 있어 각종 금융사고 수단으로 활용되어 사회적 투명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96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자증권제도 조사ㆍ연구를 시작한 이래 총 4회에 걸쳐 학계 및 연구단체와 공동연구를 실시를 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정부 100대 국정과제 및 재경부 자본시장발전 20개 과제에 포함된 바 있으나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 부족으로 가시적 성과는 미흡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의 동북아금융허브 추진을 계기로 점차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어, 재경부는 국내 자본시장 인프라를 선진화하여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자증권제도의 도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예탁결제원은 전자증권제도 도입여건이 성숙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2006년을「전자증권제도 도입 원년의 해」로 설정하고 자본시장 참가자 모두의 이익이 증진되도록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Master Action Plan을 수립한 뒤 ''''07년부터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국제신뢰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전자증권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사회적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 지금이 주총시즌이다.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전자투표제도를 추진하고 있지 않나?= 주식투자자의 권리중 유상ㆍ무상ㆍ배당금 등과 관련된 권리행사(Corporate Action)는 실질주주제도에 의한 예탁결제원의 권리관리로 완벽하게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의결권은 투자자 자신이 직접 행사하여야 하고 권리행사를 위한 효율적인 인프라 미비로 권리보호가 미흡하여 일반주주의 주주총회 참석을 위한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으로 주주의 무관심을 초래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역시 수백 개의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매니저가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되는 주주총회에 모두 참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결권행사를 간편하게 하여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발행회사의 비용절감과 주주총회 활성화를 통한 기업의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공정거래위원회)는 ''''03년 12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전자투표제도를 반영하여,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전자투표제도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개최(''''04.10)하고 상법 개정(안)을 제출(''''05.6)하는 등 전자투표제도 도입을 위해 대외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현재 상법 개정(안)은 마무리 단계로 ''''06년중 입법과정을 거쳐 ''''07. 1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탁결제원은 상법 효력발생과 동시에 전자투표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며, 상법 개정(안) 입법 예고시 전자투표시스템 개발에 착수하여 ''''07. 1월부터 전자투표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 예탁결제원이 설정한 새로운 비전과 추진계획은?= 예탁결제원은 현재 위상에서 미래성장을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10년후 World Best에 도달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을 설정했다. 새로운 비전은 ''''국제표준의 투자지원서비스를 기반으로 아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Global Partner KSD''''로 제정하고, 비전의 공유확산을 촉진하고 통일된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아시아 리더 CSD(중앙예탁기관), 글로벌 파트너 KSD''''를 슬로건으로 선포했다.
이는 핵심역량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통해 아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국제금융시장의 핵심 인프라로서 성장해 나가겠다는 예탁결제원의 미래모습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탁결제원이 2010년 금융기능을 수행하는 아시아 역내 국제예탁결제기관(ICSD)으로서 아시아의 금융네트워크의 중심이 되고 2015년 글로벌 금융인프라 Hub가 될 수 있도록 전 임직원과 함께 할 것이다.
◈ 부산 이전 문제는 어떻게 되나?
= 2012년까지 부산으로 이전하도록 일정이 돼 있다. 앞으로 6년이 남았는데 아직 시간이 좀 여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1,400조원의 유가증권 실물을 옮기는 일은 리스크가 크다. 또 고객도 다 여의도에 있어서 본사를 옮기더라도 서울 사무소를 두는 것은 불가피하다. 아직 개인적 생각이지만 현재 사무실이 여의도와 일산에 있지만 일단 서울 사무소는 고객의 편의를 고려해 여의도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전자증권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어서 갈수록 실물 보관물량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현재 규모의 유가증권 보관설비가 필요 없어질 것 같기도 하고, 또 부산에 보관설비를 짓는다고 해도 그렇게 크지 않아도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좀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 일산에 증권박물관을 개관해 운영하고 있지 않나?= 예탁결제원은 10여년의 준비 끝에 2004년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인 증권전문박물관을 개관했다.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됐다. 개관이래 연 6,000여명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예탁결제원은 또 2005년 12월 사이버박물관을 개통해서 차별화된 컨텐츠로 다양한 증권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증권 어드벤처 등 어린이 경제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이버박물관을 개관으로 On-off Line에서 증권문화 홍보 및 건전한 증권투자를 위한 교육의 장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On-Line으로 증권박물관의 단체관람 예약이 가능하며 예약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관람객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이용을 바란다.
<프로필>△ 48년 대구 출신 △ 경북고ㆍ서울대 경제학과ㆍ美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사 △ 행정고시12회 △ 92년 재무부 총무과장 △ 93년 재정경제부 뉴욕주재 재경관 △ 96년 재정경제원 국제협력관 △ 97년 재정경제원 공보관 △ 97년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 99년 재정경제부 이사관 △ 2000년 제2대 코스닥위원장 △ 2003년 골든브릿지 회장 △ 2004년 4월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