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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 온천 "꽃샘추위 물렀거라"…살살 대게 "니들이 게 맛을 알아"



뜨끈 온천 "꽃샘추위 물렀거라"…살살 대게 "니들이 게 맛을 알아"

  • 2014-03-20 06:00

죽변항 제철 대게·활어 펄떡…망양정·월송정 오르니 바다 한눈에

백암온천은 무색무취한 알칼리성 온천으로 용출시 온도가 53℃나 되기 때문에 데울 필요가 없다. 불소, 수산화나트륨, 염화칼슘 등 우리 몸에 유익한 각종 성분이 함유되어 만성 피부염, 자궁내막염, 부인병, 중풍, 동맥경화, 천식에 효과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겨울이 물러난 자리에 봄이 오는가 싶더니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따뜻한 곳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지난 주말 울진으로 온천여행을 떠났다. 서울에서 울진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오전 10시 서울을 출발해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영주와 봉화를 거쳐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장장 5시간나 걸린 긴 여정이다. 중간에 휴게소를 두번 들리것 외에는 곧장 온 거리다. 꽤나 긴 시간임은 확실하다. 그래도 그 먼길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이맘때에 느낄 수 있는 울진의 맛과 멋 때문이다.

■ 백암온천

울진에는 백암온천과 덕구온천 등 큰 온천 단지가 두 곳이 있다. 특히, 백암온천은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몸을 휘감는 온천수가 먼 길 달려온 여행자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사슴을 쫓던 사냥꾼이 발견했다는 백암온천의 유래도 재미있다. 신라 때 한 사냥꾼이 자신이 쏜 화살을 맞은 사슴이 어느덧 상처를 치유하고 도망가기에 그 자리를 살펴보니 뜨거운 물이 샘솟더라는 것이다. 1610년 판중추부사 기자헌이 풍질을 치료하기 위해 평해 땅에 있는 온천에서 목욕하기를 청하니 광해군이 잘 다녀오라며 휴가를 주었다는 기록도 있다.

백암온천은 무색무취한 알칼리성 온천으로 용출시 온도가 53℃나 되기 때문에 데울 필요가 없다. 불소, 수산화나트륨, 염화칼슘 등 우리 몸에 유익한 각종 성분이 함유되어 만성 피부염, 자궁내막염, 부인병, 중풍, 동맥경화, 천식에 효과가 있다. 뜨거운 탕에 푹 담그고 있노라면 찬 바람에 웅크린 몸이 풀린다. 온천 성분 덕분에 보들보들해진 피부는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될 정도. 여기에 세신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다.

한화리조트 건물 오른쪽 뒤로 돌아가면 온천학습관이 나온다. 마당에 온천수가 약수처럼 솟아오르는데 그 자리에서 온천수를 마실 수도 있고, 보온병에 담아 가져갈 수도 있다. 원천 옆으로 아담한 족탕이 있다. 리조트 이용객이 아니라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백암온천은 관광 특구로 지정돼 있어 호텔과 온천장이 다양하게 들어서 있다. 대부분 온천탕을 겸비한 숙박 시설이다. 일본의 료칸처럼 노천탕을 갖춘 곳이 없어 아쉬워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노천 족욕탕을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화리조트 건물 오른쪽 뒤로 돌아가면 온천학습관이 나온다. 마당에 온천수가 약수처럼 솟아오르는데 그 자리에서 온천수를 마실 수도 있고, 보온병에 담아 가져갈 수도 있다. 원천 옆으로 아담한 족탕이 있다. 리조트 이용객이 아니라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따뜻한 탕에 발을 담그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꽃샘추위도 견딜 만하다. 아이들은 바지를 적시기 쉬워 수건과 여벌 옷을 꼭 챙겨야 한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054)787-7001.
 
■ 죽변항

온천욕을 다 즐겼다면 항구로 나가 보자. 울진에는 후포항과 죽변항이 있다. 특히, 수많은 관광객이 즐겨찾는 죽변항은 예부터 그림 같은 풍광으로 정평이 나있다. 매일 오전 8시 죽변항에서는 대게 위판장이 열린다. 대게 위판 풍경은 이색적이다. 갈매기 떼를 몰고 다니는 어선이 들어오면 아지매들의 재빠른 손놀림이 시작된다. 수십만 마리 대게들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바닥에 일렬종대로 깔린다. 상인뿐만 아니라 구경꾼들도 모여든다. 행여 다리 하나라도 잘못 밟을까 조심 또 조심이다. 상인들이 명함만한 크기의 나무판에 금액을 적어 보이지 않게 포개놓고 기다리면 경매사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나무판을 들써 금액을 확인하는 것으로 경매가 이뤄진다.

매일 오전 8시 죽변항에서는 대게 위판장이 열린다. 대게 위판 풍경은 이색적이다. 갈매기 떼를 몰고 다니는 어선이 들어오면 아지매들의 재빠른 손놀림이 시작된다. 수십만 마리 대게들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바닥에 일렬종대로 깔린다. 울진(경북)=정창규 기자 kyoo78@nocutnews.co.kr

 



대게는 연중 어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위판 풍경은 여행자들에게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산란기 포획 금지기간이 있고, 바다날씨가 나쁘면 배는 출항하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금어기가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대게 산란기인 5월 말에서 11월 말까지는 대게를 잡지 않고 12월에서 3월까지 넉 달 동안만 대게를 잡는다.

죽변항은 대게를 맛보러 온 여행자들로 북적이는데, 흥정만 잘하면 제법 큰놈도 저렴하게 맛볼수 있다. 대게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쪄준다. 이때 성급하면 안 된다. 살아 있는 게를 바로 찜 솥에 넣으면 다리가 툭툭 끊어지기 때문에 일단 먼저 미지근한 물에 넣고, 움직임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린 뒤에 쪄야 다리가 온전히 붙은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입안 가득 넣은 대게의 첫맛은 짭조름하면서 달달하고 씹으로 씹을수록 쫀득하고 부드러워 살살 녹는다. 딱딱한 갑옷 속에 달콤한 속살의 비밀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라 먹는 것이 귀찮아 게 요리를 싫어하는 이들이 있지만, 요령만 알면 쉽게 먹을수 있다. 마디 옆 부분을 가위로 살짝 자른 다음 꺾어서 살살 당기면 속살이 잘 나온다. 끊어진 경우 젓가락보다는 다리 끄트머리를 잘라서 밀어 넣는 게 효과적이다. 게 내장은 바로 먹어도 감칠맛이 일품이지만, 참기름과 김 가루를 넣어 볶음밥을 하면 아이들 입맛에 잘 맞는다.

수십만 마리 대게들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바닥에 일렬종대로 깔리면 상인뿐만 아니라 구경꾼들도 모여든다. 행여 다리 하나라도 잘못 밟을까 조심 또 조심이다. 상인들이 명함만한 크기의 나무판에 금액을 적어 보이지 않게 포개놓고 기다리면 경매사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나무판을 들써 금액을 확인하는 것으로 경매가 이뤄진다. 울진(경북)=정창규 기자 kyoo78@nocutnews.co.kr

 



죽변항 주변은 대게 외에 활어와 다양한 건어물로 넘쳐난다. 죽변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도로변에 설치된 작은 기둥이나 모래밭의 나무 기둥을 종종 볼수 있다. 이는 울진의 또 다른 명물 오징어를 건조하기 위한 것이다. 종횡으로 늘어선 건조대에서 꾸덕꾸덕 말라가는 오징어 수만 마리를 보는 것도 독특한 경험이다. 건조 오징어는 일주일 정도, 반건조 오징어는 2~3일 말린다고. 해풍에 잘 마른 오징어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1.

■ 주변 볼거리

죽변항 근처에는 SBS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세트장이 마련돼 있다. 하얀 지붕의 정감어린 집과 교회, 등대를 배경으로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은 한폭의 풍경화를 옮겨놓은 듯하다. 인근 대나무숲 산책로를 지나면 100년 동안 동해의 불을 밝힌 죽변등대(경상북도기념물 제 154호)도 볼 수 있다. 대한제국 시절 착공되었기 때문에 등탑 내부 1층 천장에는 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다. 원래는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오얏꽃이 새겨져 있었다고 전한다. 바닷가 언덕위에 새워져 풍광이 아름답고,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관동팔경(8개의 동해안 명승지)에 속해있는 망양정과 월송정도 울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망양정은 7번 국도를 따라 죽변항 아래로 20여분을 달리면 나온다. 성류굴 앞으로 흘러내리는 왕피천을 끼고 동해의 만경창파를 한눈에 굽어 볼수 있는 언덕위에 위치해 있다. 망양정은 조선 숙종이 관동제일루라는 편액을 하사할 만큼 관동팔경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꼽힌다. 조선 시대에 지어진 망양정은 현재 보수공사 중이라 누각은 볼 수 없지만, 바로 옆에 자리한 해맞이공원에서 일출과 바다 전망을 즐기기 좋다. 망양정 해변의 거북바위는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바뀐다. 월송정은 문어 위판이 열렸던 구산항 아래에 위치해 있다. 고려 때 지어진 월송정은 1980년대에 옛양식을 본따서 새로 지었다. 정자에서 굽어보는 바다 풍경도 아름답지만, 월송정으로 이어진 길 주위에 펼쳐진 솔밭이 큰 보물이다.

천축산 골짜기 명승 6호로 지정되어 있는 불영사는 신라 진덕여왕 5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곳으로 부처바위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친다하여 불영사라고 불려졌다. 약 15킬로미터를 굽이 흐르는 불영사계곡에 위치해 있으며 많은 문화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울진에는 금강소나무숲길, 성류굴, 덕구계곡, 캠프홀스(승마체험장), 민물고기생태체험관, 울진엑스포공원 등 연인·가족이 함께 즐기수 있는 체험장소도 많다.
 
■ 먹을 것

한화리조트 백암에는 대게 다릿살을 강된장처럼 짜작하게 지져낸 토속음식 '게짜박이'를 얹는 돌솥비빔밥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채소와 게살을 얹은 비빔밥 한그릇에는 바다가 들었다. 게짜박이를 돌솥비빔밥에 얹어 슥슥 비벼먹으면 공기밥 한공기는 금세 사라진다. 그동안 대게 찜 맛만 느껴본 사람들에게 적극 권한다.

게짜박이 돌솥비빔밥. 한화리조트 제공

 



■ 체험

백암온천으로 이름난 백암산 자락 동쪽에는 울진백암온천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평범한 농촌이지만 자연 속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전통 먹거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농촌테마마을로 지정되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과 숙박시설을 완비했으며, 전통 황토숯가마도 운영되고 있다.

■ 교통 정보

-버스(대중교통) : 서울-백암온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오전 7시30분~오후 5시까지) 운행, 약 5시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자동차(자가운전) : 중앙고속도로 풍기 IC→5번 국도 영주 방면→36번 국도 봉화 방면→봉화터널, 영양터널→문암삼거리에서 온정 방면 좌회전→한티로→온천로→백암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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