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조보아, 김태균 감독. (사진 이명진기자)
'유부남' 장혁이 위험한 덫에 빠졌다. 상대는 아직 성인이 안 된 풋풋한 10대다. 처음에는 소녀의 싱그러움에 가슴 떨리나 겁 없이 돌진하는 그녀의 맹목적 행동에 두려움이 밀려든다. 더구나 선생과 제자라는 사회적 지위로 둘의 관계는 더욱 위태롭다.
10대 소녀의 잔혹학 집착을 그린 영화 '가시'가 4월 개봉을 앞두고 베일을 벗었다.
실제로 결혼해 가정을 이룬 장혁은 이 영화에서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다 막 피어나는 청춘의 생명력에 잠시 도취됐다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체육교사 준기를 연기했다.
그는 11일 서울 마포구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열린 가시 제작보고회에서 "남자에게는 한 마리의 늑대와 한명의 소년이 사는데, 영은을 보면서 한 명의 소년이 되고 싶어 한다"고 자신이 연기한 준기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어 "늑대라는 것은 외로움을 가진 존재로 받아달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과거에는 동적인 삶을 살던 인물이나 한 여자를 택하고 틀에 박힌 일상을 살면서 문득 그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물이다." 그래서 극중 정돈된 모습보다 머리카락도 살짝 헝클어트리고, 수염도 조금 나있는 상태로 나온다.
장혁은 "저 역시도 사춘기 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가졌을 때 가장 큰 설렘을 느꼈던 것 같다"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중학교 때 불렀던 봄처녀란 노래가 생각한다"고 첫사랑에 빠진 영은의 강렬한 감정을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일탈을 꿈꾸는 30대 남성의 마음에도 공감을 표했다. 그는 "저 역시도 어떤 설렘, 일탈의 자유를 느낀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고 이번 영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사진왼쪽부터 김태균 감독, 조보아, 장혁. (사진 이명진 기자)
극중 장혁에게 빠져 끝없이 집착하는 여고생 영은은 신인배우 조보아가 연기했다. 영화는 처음인 조보아는 "같은 장면이라도 여러 번 찍으면서 다른 감정으로 연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와 다른 영화의 매력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극중 장혁과의 격정적인 애정신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부담이 됐으나 촬영하면서 역할에 몰입해서 그런지 설렜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집착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쌍방이 합의하면 관심이고, 일방적이면 집착"이라고 비교했다. 그는 "과거 남자친구에게 하루에 문자 200통을 보낸 적이 있다"며 "서로 좋아하면 그건 관심 아니냐"며 해맑게 웃었다.
김태균 감독은 앞서 '화산고'의 신민아,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서 이연아를 발탁했다. 조보아의 매력을 묻자 김태균 감독은 "첫인상은 멍했다"고 답했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처음 알게 돼 여러 차례 만났는데 굉장히 순수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백치미, 섹시함과 에로틱함이 다 있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다양함을 가진 배우라는 점에서 우리영화와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촬영하면서 제대로 만났다고 생각했다."
김태균 감독과 장혁은 영화 '화산고'이후 14년 만에 재회했다.
김태균 감독은 ""14년 전에는 굉장한 미소년이면서 열정적인 배우였다면, 장혁이 그동안 작업해온 걸 지켜보면서 성숙해지고, 정서적인 느낌이 나오는 것을 봤고 이 영화에 잘 어울리겠다고 판단했다"며 "14년 전에는 학생이었다면 지금은 선생님이다"고 비교했다.
그는 가시에 대해 "사랑에 관한 영화"라며 "사랑이 이렇게 설레면서도 두렵고 이렇게 공포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관객과 이 영화를 어떻게 만나게 할지 고민하다 생각해낸 단어가 서스펜스 멜로"라며 "긴장감 있게 영화가 진행된다, 재미있다, 마지막에 사랑이라는 것이 먹먹하게 다가올 것"이라며 말했다.
장혁은 "누군가가 보고 싶은데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무작정 버튼을 눌렀는데, 손가락이 기억하는 그런 느낌의 영화"라고 가시의 감성을 설명했다. 4월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