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큰 무당(만신)인 김금화의 파란만장한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자서전이다. 2007년 출간된 '비단꽃 넘세'의 개정·증보판으로, 사진들을 새롭게 골라 배치하고 만신을 곁에서 지켜봐온 민속학자 황루시 교수와 자서전을 읽고 영화 '만신'을 촬영해 최근 개봉한 박찬경 감독의 글을 보탰다.
열두 살에 무병을 앓기 시작해 열일곱에 외할머니에게서 내림굿을 받는 김금화의 삶은 한국 현대사 그 자체이고 치유의 이야기다.
스무 살 때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월남한 그녀는 인천과 이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1965년 서울로 무대를 옮겼다. "석관동으로 이사올 무렵은 새마을운동으로 인해 미신타파 바람이 굉장히 거셀 때였어요. 만수대탁굿을 올리는데 주민들 신고가 빗발치는 거예요. 여러 번 파출소에 끌려가서 다시는 굿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지만 집에 오면 또 했죠."
"젊은 사람들의 경우 무속에 대해 무서워하고 멀리 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이게 다 우리 조상의 얼이고,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생활 속에서 해오던 것이니 편안하게 다가가자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만신이 말하는 책을 낸 이유다.
"1980년 10월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황해도 대동굿 공연하는 김금화 만신을 처음 만났다. 굿당에서 황해도굿을 보기는 했지만 이틀내리 쉴 짬도 없이 제대로 하는 굿은 처음이었다. 김금화 만신의 굿은 한 마디로 황홀했다."(황루시 관동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영화를 찍으면서 선생이 젯상에 밥을 퍼 담아 올리는 것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큰 무당의 밥에 대한 감각'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한 편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굿의 화려한 기예 이전에 존재하는, 신을 모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성스러운 행동이었다. 쌀 한 톨에 말 한 마디씩 들어 있다는 표현은 또 얼마나 문학적인지…."(박찬경 '만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