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증시는 통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모든 선진국을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가마다 위험요인과 그 정도가 달라서다. 특히 채무건전성을 살펴보면 선진국 중에도 '위험지대'에 있는 곳이 꽤 있는데, 영국과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선진국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최근 실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이 신흥국에 투자한 비중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연초 이후 나타난 아르헨티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 미국 경기지표 개선세 둔화의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머징 증시는 위험자산, 선진국 증시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돼왔다. 그래서 경기가 개선되거나 침체하면 신흥국 이슈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선진국 증시를 모두 안전자산으로 여길 수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자금은 중장기적으로 위험 대비 기대수익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개별국의 위험이 불거진다면 선진국 증시에서도 국가간 차별화된 자금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양분화된 주가 흐름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선진국 가운데 어떤 나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우선 채무 건전성을 파악하기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와 경상수지 증가율을 비교해 보자. 최근 5년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에 포함된 22개국 가운데 7개국의 채무 건전성이 악화됐다. 그중 영국과 캐나다의 건전성이 좋지 않았다. 두 국가의 채무건전성을 보려면 '부동산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 발생한 경제위기 대부분이 부동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는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다. 버블이 의심되는 기준점은 당연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2007년 미국의 PIR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이 경우 프랑스ㆍ캐나다ㆍ영국ㆍ호주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이 2007년 미국 PIR보다 높았다. 잠재적으로 부동산 버블 우려가 있는 국가라는 얘기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가 2000년 이후 늘어나고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나라가 부채 축소에 나섰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금리 상승이 가속화될 경우 캐나다 부동산과 관련된 문제가 악화될 공산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외ㆍ가계 건전성 살펴보면, 일부 선진국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발생 가능한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캐나다와 영국은 채무와 가계 건전성 측면 모두에서 우려가 있는 국가에 속했다. 결론적으로 선진국 증시 가운데 캐나다와 영국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국가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일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kimilkyun@shinhan.com
영국과 캐나다의 주요 경제지표
정리|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