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재 차예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여배우는 너무해'는 감독과 여배우의 관계로 만나게 된 한 쌍의 남녀가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 과정을 그린 사랑 이야기다.
그 안에 아이돌 가수 출신 여배우가 진짜 배우로 거듭나기까지의 성장담, 자극적인 소재에 열광하는 대중의 시선 탓에 예술혼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 감독의 좌충우돌기, 돈을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인 행태도 서슴지 않는 연예계의 비화 등 다양한 소재를 얹어냈다.
하지만 10여 가지 맛깔나는 재료가 제대로 버무려지지 않아 특유의 맛을 못 내는 비빔밥처럼, 각 에피소드가 개연성에 바탕을 둔 하나의 커다란 줄기로 이어지지 못한 채 단순 나열식으로 머문다는 점은 이 영화가 지닌 만듦새의 한계로 다가온다.
톱 여배우 나비(차예련)는 떴다 하면 구설수에 오르고 '시청률 쪽박요정' '발연기 여신' 등의 수식어가 붙는 스캔들 메이커다. 그런 그녀는 계속되는 스캔들로부터 벗어날 요량으로 작품성 있는 연극에 출연하게 된다.
문제는 '욕망의 실타래'라는 제목의 이 연극 연출자가 유학파 출신이자 영화계의 떠오르는 샛별이기는 하지만, 노골적인 정사신으로 더욱 유명한 19금 전문 예술영화 감독 홍진우(조현재)라는 점이다. 진우는 나비에게 전라노출까지 불사하는 내면연기를 요구하지만, 연기의 '연'자도 모르는 그녀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결국 나비는 친구이자 호스티스인 세라(이엘)를 자신의 노출 대역으로 쓰기 위한 작전을 꾸며 억지로 진우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일이 배우 인생을 위협할 희대의 스캔들로 번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
24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이 영화의 언론시사에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유정환 감독과 배우 조현재 차예련이 참석해 영화 이야기를 들려 줬다.
여배우는 너무해로 연출 데뷔식을 치른 유정환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 배우를 보면 두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감독의 의지를 표현하는 분신 같은 존재이면서도 감독의 판단을 보여 주는 양심 같은 존재라는 점이 그렇다"고 전했다.
이어 "배우는 감독에게 분신 같이 내 편이었다가도 어느 순간 양심처럼 나를 곤혹스럽게 만든다는 점에서 연애를 닮았는데, 상대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다가도 어느 날 남이 될 수도 있는 사랑의 모습에서 감독과 배우의 모습을 생각했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영화 '여배우는 너무해' 언론시사회가 24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유정환 감독과 배우 차예련 조현재기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진지하고 차분한 역할을 주로 맡아 온 조현재와 차가운 도시 여자 이미지의 차예련은 이 영화를 통해 B급 코믹 액션까지 선보이며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GP506'(2007)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현재는 "코믹 요소가 있는 드라마를 자주 접하지 못했는데, 관객에게 편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 듯해 이 영화를 택했다"며 "군대도 다녀오고 하면서 그동안 TV 드라마 쪽에 치중했는데, 영화가 늘 하고 싶었던 만큼 앞으로 많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예련은 "그동안 차갑고 도시적인 이미지로 포장이 돼 그런 캐릭터만 맡아 왔는데, 사실 사람들 만나면 많이 웃고 장난도 자주 치는 편"이라며 "이번 영화에서 연기하면서 실제 제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재밌었고, 이보다 더 망가지는 캐릭터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차예련은 극중 선보이는 폴댄스에 대해 "빠른 시간 안에 고난이도 동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데다, 맨살로 해야 몸이 폴에 붙기 때문에 연습할 때 피멍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면서도 "더 배우고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고 했다.
로맨틱 코미디로서 관객에게 달달한 웃음을 선사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 탓일까, 감독과 배우들의 의도와 달리 이 영화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삶의 모습조차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과오를 저지른다.
카메라가 감독 진우의 집을 비출 때 책꽂이에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듯한 세계문학전집이 색깔별로 가지런히 꽂혀 있는 모습이나, 나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희대의 스캔들이 진행되고 마무리되는 과정이 지극히 비현실적인 판타지처럼 그려졌다는 점은 몰입을 방해하는 단적인 예다.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