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폭탄테러의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인 김진규 목사는 미전도종족 선교를 준비해 온 30대의 예비 선교사였다. 함께 선교의 꿈을 꾸었던 가족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텐데요, 슬픔 속에서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봤다.
아직도 남편의 사고 소식이 믿지기 않는 아내 박여진 사모. 서울 봉천동 김진규 목사 자택에서 만난 박여진 사모는 여행지에서 보내온 남편의 마지막 영상을 보면서 곧 집으로 돌아올 것 같다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하나님에 대한 원망은 없지만 남편의 빈자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박여진 사모.
" 우리 딸 아이 이쁘게 크는 모습도 못보고, 우리 아이에게 아빠의 존재가 없어지고, 항상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준 자상한 남편이 이 땅 가운데 없다는 게 마음이 아픈 거죠."
네 살 난 어린 딸아이에게는 아빠의 죽음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다. "아이가 '아빠 언제 오냐'고 물어볼 때마다 '아빠가 공부하는데서 사고가 나서 나중에 봐야 할 것 같아'라고 하면 '난 아빠 사고난 데 가서 아빠랑 같이 같래' 이렇게 얘기해요. 나중에 천국가서 보자는 말인데... "
지난 16일 이집트 폭탄테러로 희생된 고 김진규 목사(사진제공 박여진 사모)
막내아들인 김진규 목사를 포함해 세 아들을 모두 목회자로 길러 누구보다 뿌듯했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양 미안해했다.
아버지 김윤기 집사는 "내가 너무 자랑을 많이 했나보다"면서 "하나님이 너무 자랑을 많이 한다고 빨리 데려가신 것 같아 제가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올해로 서른 여섯 살의 김진규 목사는 준비된 예비선교사였다. 아내와 함께 양계기술과 태양열발전 설치기술을 배우는 등 선교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지난 해 말로 3년의 교회 부교역자 사역을 마치고, 다음 달 부터는 본격적인 선교훈련도 계획했다.
고 김진규 목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진규 목사는 미전도종족에 대한 선교열정을 품고 선교사역을 준비하고 있었다.
선교사로 죽음까지 각오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봤던 김 목사의 선교열정을 알기에 그 꿈을 펴보지도 못한 남편의 죽음이 아내는 더욱 안타깝다.
박여진 사모는 "남편과 저는 무슬림에 대한 선교적 관심과 애정이 많았다"면서 "'우리 어려워도 쉬운 나라 가지 말자, 하나님이 정말 필요로 하는 나라로 가서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 하자' 이렇게 서로 항상 기도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사건에서 피해 규모를 줄인데는 김진규 목사의 역할도 컷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현장 수습을 위해 지난 18일 새벽 이집트에 들어간 유족들은 김 목사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됐다고 전해왔다.
버스로 뛰어드는 테러범을 현지 가이드였던 제진수 집사와 김진규 목사가 함께 몸으로 막아서면서 시신훼손이 컸던 것.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라는 말에 가족들은 놀라기도 했지만, 평소 주위사람을 잘 챙겼던 김 목사가 마지막 가는 길에서까지 동행했던 이들을 섬겼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아직 어린 아이와 덩그라니 남겨진 탓에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있을 법도 한데, 박여진 사모는 오히려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또 다른 계획을 믿는다는 담대함을 보였다.
"저는 남편이 흘린 그 피가 결코 헛되지 않게, 이집트에서 많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헌신하고 그 나라를 위해 기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직접 가서 복음을 전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남편의 죽음이 한 알의 밀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그녀에게 새로운 힘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