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와 관련해 리조트 소유주인 코오롱그룹에 대한 비난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코오롱 측은 유족 등에게 사과의사를 밝히고 빠른 사고수습 등을 약속했지만, 사고 이후 보여준 행동은 책임 있는 기업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밤 9시 7분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돼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던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9명과 행사진행자 1명 등 모두 10명이 숨졌고 25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은 사고 발생 9시간 만인 18일 오전 6시쯤에야 리조트 본관에 마련된 현장지휘소를 찾아 고인과 유족,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와 유가족에게도 사죄한다"며 "인명구조와 사고원인 규명에 부족함에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부상자들이 하루 빨리 쾌유할 수 있도록 코오롱 그룹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사과 기자회견은 가져온 A4지 2장 가량을 읽는 방식으로 단 5분 만에 진행됐다.
또 기자회견 뒤에는 직원 10여 명의 수행을 받으며,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곧장 밖으로 빠져 나갔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기자회견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정확한 신분조차 밝히지 않는 등 진정성 있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직원들도 회장과 관련한 질문에는 격한 반응을 보이며 피하기 바빴다.
특히 코오롱 측은 피해자 수습이 마무리된 18일 오전 8시까지도 붕괴된 체육관의 설계도를 사고대책본부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도가 있을 경우 좀 더 빠른 구조작업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쉬운 조치다.
이와 관련해 이성한 경찰청장은 사고현장을 찾아 “경북청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설치해 사고가 난 체육관의 설계와 시공, 감리상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부실시공을 비롯한 문제점들이 발견된다면 책임자를 확실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코오롱 계열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이 운영하고 있다. 마우나오션개발 지분은 코오롱이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이 회장과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24%, 26%씩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