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방
MBC 수목 드라마 ''궁''의 경기도 오산 세트장이 19일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젊은 주연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와 통신체 남발 등의 논란과는 별개로, 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화려한 세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700평 세트에 15억 투입
약 700평 규모의 공장 부지에 세워진 오산 세트장. 허름한 외관의 컨테이너 박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화려한 ''조선 황실''이 펼쳐졌다. 제작진은 바닥과 타일 하나 하나까지 직접 깔고 단청도 공들여 그려넣은 세트에는 15억원 정도가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도자기 가구 등 소품 전체 가격도 24억 가량 된다. 물론 쓰고나서 돌려주는 것들이긴 하지만 고가의 소품 때문에 제작진들은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도자기가 떨어질 때마다 내 마음도 철렁철렁한다"며 세트에 대한 애착을 감추지 않았다.
전통과 현대, 색이 조화된 세트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적인 완성도다. 원색을 조화롭게 사용하고 곳곳에 아름다운 가구를 배치한 세트는 15억원이라는 거액이 헛되이 쓰이지 않았음을 증명해준다. 이 작업에는 영화 ''혈의 누''에서 화려한 영상을 꾸몄던 민언옥 미술감독이 참여했다.
얼마 전 가례를 올린 황태자 부부의 신혼방도 화려한 색감이 눈을 즐겁게 한다. 침대, DVD 플레이어 등이 비치된 방은 서구적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신의 침대 위를 장식하는 책거리 그림, 전통적인 무늬의 장롱과 벽지 등을 통해 전통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조율하면서 ''우리 것''의 느낌을 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채경 방
방 주인의 심리를 표현하는 세트세트는 등장 인물들의 심리와 성격, 기호 등을 반영해 세심히 꾸몄다. 영화를 전공하는 황태자 신의 방 한쪽 벽면은 국내외 유명 영화 감독들 수십 명의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꿈꾸는 황태자비 채경의 방 한 편에도 그가 아끼는 재봉틀이 자리잡고 있다.
또 외로움 속에서 자유를 꿈꾸는 신의 열망을 표현하기 위해 그의 방에 천체 망원경을 들여놓는 등 세밀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채경을 연기하고 있는 윤은혜 역시 극중 자신의 방에 매우 만족하는 눈치. 그는 "세트장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고 했다.
화려한 세트로 시청자 눈길 끄는 데 일단 성공드라마가 황실의 호사스러운 모습을 다루는 만큼, 세트는 시청자의 눈길을 확실히 끌어내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렇다면 ''궁''의 세트는 우리 나라를 입헌군주제 국가로 가정하는 기발한 발상을 환상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을 하다는 게 이날 세트장을 찾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