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시사매거진 2580', 'PD 수첩' (SBS, MBC 제공)
20년 전, 케이블TV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매월 몇천 원만 지불하면 시청자는 100여 개에 가까운 수많은 케이블채널을 통해 뉴스, 예능, 드라마, 스포츠, 종교 등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채널이 늘어나도 시청자는 언제부턴가 시사·교양 프로를 뒤로하고 예능, 드라마와 같이 '재밌고, 편한'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한다. CBS노컷뉴스는 침체기를 맞은 시사·교양 프로 중에서도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영향력과 현황,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서울 논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승진(26) 씨는 요즘 '그것이 알고 싶다'에 푹 빠져있다. 이 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우리가 모르고 있던 심오한 사건의 속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다뤄 여러모로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알고 싶다'가 완벽하다고만 볼 수 없다.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특히 자극적이고, 사실적인 범죄 재연은 곧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씨는 "시청률을 의식해서인지 가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90년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BC '경찰청 사람들' 은 범죄 행위를 구체적으로 재연, 모방 범죄를 유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난 요즘도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 재연 장면을 보고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한 제작진의 입장은 어떨까. '그것이 알고 싶다'의 기획을 맡은 박상욱 CP(책임프로듀서)는 "모방 범죄가 우려되는 재연 장면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출자 소형석 PD 역시 "구체적인 범죄 행위나 모방의 우려가 큰 부분은 뺀다"면서 "시청자가 최대한 사건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연 화면을 많이 담는다"고 했다.
주제 다양성의 부재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미제사건을 주로 다룬다.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온전히 시청자의 몫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더 답답할 노릇이다. 궁금증만 더 커지기 때문이다.
SBS 시사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박상욱CP(왼쪽)와 소형석PD가 15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이에 대해 박 CP는 "그러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가장 큰 숙제고, 고민거리"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미제사건을 많이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며 "그런(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분이 많기 때문에 의도적으로라도 관심이 부족한 소재를 배치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KBS '취재파일 K', MBC 'PD 수첩', '시사매거진2580', SBS '현장 21' 등 다른 시사고발프로그램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는 현재의 시사고발프로가 가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케이블 및 종합편성채널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여러 번 선보였지만,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지로 이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한 시사고발프로의 시급한 숙제는 주제의 다양화, 사건의 진행 과정과 명쾌한 해답 그리고 좀 더 순화된 재연을 프로그램에 담는 것이다. 시청자는 한 단계 더 진화된 시사고발프로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