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제주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솜방망이

    • 0
    • 폰트사이즈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솜방망이'에 대해서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솜방망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공)

     


    요즘 오름을 다니다 보면 잎에 털을 뽀송뽀송 달고 풀밭에 납작 엎드린 채 겨울을 나고 있는 식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솜방망인데 혹독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대견스럽습니다. 어렵게 겨울을 보낸 솜방망이는 봄이 되면 따스한 바닷바람을 타고 바닷가에서부터 서서히 산으로 번지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사라져 버렸지만 몇 년 전 장관을 이뤘던 섭지코지 풀밭의 솜방망이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봄기운이 무르익는 4월에 솜방망이도 절정의 꽃을 피워내는 것을 보면 봄은 솜방망이와 함께 온다고 해도 될 듯합니다.
     

    방망이하면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옛날 어머니들이 등잔불 아래서 두들기던 다듬이방망이 소리가 엊그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지금은 박물관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유물이 되었지만 40여전만 하더라도 다듬이방망이는 갖춰놓아야 할 생활필수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씨 착한 나무꾼이 산으로 나무하러 갔다가 도깨비를 만나서 도깨비방망이를 얻고 부자가 됐다는 전래동화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지른 죄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뜻의 '솜방망이 처벌'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솜방망이처벌은 '형평성'이라는 사회문제와 결부되면서 가끔씩 뉴스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들꽃 솜방망이는 솜방망이처벌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솜방망이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전국의 햇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랍니다. 키가 큰 것은 어른의 무릎 정도 되고 줄기에는 거미줄 같은 흰색 털이 빽빽하게 달립니다. 뿌리에서 올라온 잎은 로제트형으로 땅에 붙어 퍼지면서 꽃이 필 때까지 남아있고 긴 타원형 아니면 거꿀달걀 모양입니다. 잎 끝은 둔하며 아랫부분이 좁아져서 잎자루처럼 되고 잎 양면에도 많은 솜털로 덮여 있습니다. 줄기에 난 잎은 가늘고 길쭉한 모습이며 아래 잎은 뿌리잎과 비슷하나 위로 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원줄기를 반 정도 감싸 안습니다. 꽃은 봄이 한창인 4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6월까지도 제주에서는 볼 수 있습니다. 노란색 꽃 3~9개가 우산모양 비슷하게 줄기 끝에 달리는데 혀꽃은 한 줄로 배열하고 꽃자루에도 흰색 털이 가득합니다.

    솜방망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공)

     

     
    솜방망이는 식물체 전체에 솜털 같은 많은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에도 '솜'이라는 접두어가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망이'이라고 한 것은 선뜻 와 닿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기다란 줄기 끝에 핀 꽃이 모두 영글면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모습에서 방망이가 연상되기는 합니다. 학명은 Senecio integrifolius var. spathulatus 라고 하는데 여기서 속명 Senecio는 노인을 뜻하는 라틴어 Senex에서 유래했습니다. 식물체의 털에서 노인의 수염을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종소명 integrifolius에는 '잎 전체가 녹색'이라는 뜻이 있으며 변종소명 spathulatus는 '주걱모양'이라는 뜻으로 거꿀달걀형의 주걱처럼 생긴 잎 때문에 붙여진 듯합니다. 

     
    솜방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비슷한 식물들이 몇 종류 더 있습니다. 높은 산에 자라는 산솜방망이와 쑥방망이가 있고 저지대 습지에 자라는 물솜방망이도 있습니다. 또한 제주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 국화방망이와 금강솜방망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한라산에 가면 볼 수 있는 산솜방망이는 솜방망이 보다 더 짙은 황갈색의 꽃이 피며 혀꽃이 뒤로 젖혀진 것이 독특합니다. 쑥방망이는 한라산의 습지 주변에서 보이는 꽃으로 잎이 쑥처럼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물솜방망이는 이름처럼 물에서 자라는데 키가 크고 봄이 되면 제주의 서쪽 습지를 노랗게 물들여 장관을 만들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이른 봄 솜방망이의 어린순을 물로 우려내어 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식물체에 약간의 독성이 있다고 하니까 함부로 먹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생약명으로는 솜방망이를 '개의 혓바닥같이 생긴 풀'이라는 뜻의 구설초(狗舌草)라 합니다. 솜방망이의 혀꽃에서 개의 혓바닥을 생각한 모양입니다. 한방에서는 식물체 전체를 약용하는데 폐가 좋지 않을 때 처방한다고 하며 감기나 가래를 삭이는데도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식물체에 근육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경련성 질환에 처방하는 약이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그리고 추위에 강하고 꽃이 화사해서 봄에 관상용으로도 그만인 듯합니다. 결실을 하는 7~8월에 씨앗을 받아다가 햇볕이 잘 드는 화단에 바로 뿌려주면 됩니다.
     

    '안전하다'라는 솜방망이의 꽃말이 재미있습니다. 솜방망이의 꽃을 보면 꽃잎처럼 보이는 혀꽃이 듬성듬성 달리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느낌을 줍니다. 더욱이 꽃대도 가늘어 쉽게 꺾여나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잎을 땅 위에 드러낸 채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서 그런지 솜방망이는 튼튼한 꽃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씩씩하게 꽃도 잘 피우고 알찬 결실을 합니다. 부족한 느낌의 꽃 구조가 오히려 편안함을 줍니다. 이런 면에서 솜방망이의 꽃말은 반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올해도 눈이 많이 내려 추운 날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복수초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리고 지금은 잔뜩 웅크린 채 겨울을 나고 있지만 화사한 솜방망이의 꽃을 볼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