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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비결? 내가 뽑은 선수 믿은 거죠



우승비결? 내가 뽑은 선수 믿은 거죠

  • 2014-01-14 06:00

[노컷이 만난 사람] KB바둑리그 우승한 신안천일염의 이상훈 감독

신안천일염의 이상훈 감독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201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폐막식에 앞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 이세돌의 형 
세계 1위의 기사를 동생으로 둔 이상훈(39) 8단은 기사로서의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 2000년 비씨카드배 신인왕전에서 우승하고 그해 SK가스배 신예프로 10걸전에서 정상에 오른 게 전부다. 이 8단은 10걸전 결승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2대 1로 승리해 프로바둑 사상 최초의 형제 결승 대국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8단은 입단 10년 만에 우승을 했으나, 동생 이세돌이 입단 5년 만에 32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며 2개의 기전(박카스배, 배달왕전) 우승컵을 거머 쥐는 등 급성장하면서 '이세돌의 형'이 돼 버렸다.
 
#감독 체질 이상훈 
2010년 이 8단은 KB 한국바둑리그에서 신안천일염 감독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당시 이세돌은 신안천일염의 주장을 맡았고 대회 MVP에도 올랐다. 3년 후 이 8단은 다시 신안천일염을 바둑리그 정상에 세운다. 두 대회에서 모두 리그 3위의 팀을 포스트시즌(준PO, PO, 챔프결정전) 우승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보인다. 이세돌의 형에서 '감독 이상훈'으로 바둑팬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것이다.
 
바둑리그 시상식이 열린 지난 8일 '감독 이상훈' 을 만났다. 인터뷰를 시작하고 5분여가 지나자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이세돌 9단이 합류했다. 이 9단은 인터뷰 중에 보충 답변을 해주고 본인과 관련된 질문에는 직접 나서서 인터뷰를 좀 더 충실하게 만들었다.
 
- 정규리그 3위에서 최종 우승까지 한 원동력을 무엇으로 보는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챔프결정 2차전을 하루 만에 끝내고 선수들이 휴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각 팀의 5명이 이틀간 대국을 하는데 신안천일염이 첫날 3대 0으로 이겨서 다음날 게임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선수 선발 때부터 우승을 목표로 경험 많은 선수를 뽑은 게 주효했다. 단기전에 우리팀 선수들이 유리할 것으로 믿었다."
 
- 개인기량으로 좌우되는 바둑에서 감독의 역할은 무엇인가. 
"바둑리그에서는 팀 내 조화를 이뤄줘야 한다. 어떤 선수가 부진에 빠졌을 때 다른 선수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데 그걸 티 나지 않게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해야 한다. 일종의 팀워크를 유지시켜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3대 0으로 이겼다. 첫 게임을 2대 3으로 진 뒤 오더(출전 순서)를 바꿔서 효과를 본 것 같다. 상대방 오더를 잘 읽어낸다고 들었는데 '오더 신공'의 비결은 무엇인가. 
"1차전을 티브로드가 이겨서 사실상 우리 팀의 오더가 읽힐 수밖에 없었다. 벼랑 끝에 몰린 우리는 앞쪽에 최강 선수를 내보냈는데 상대가 1, 2장 선수를 뒤로 배치했다. 상대가 실기 하지 않았나 싶다."
 
- 정규리그에서 3승 11패로 부진했던 강유택을 포스트시즌에서 중용한 믿음의 용병술이 화제다. 강유택이 챔프결정전에서 막판 2연승으로 팀 우승을 결정지었는데 중용한 배경이 궁금하다. 
"믿음의 용병술이란 말은 너무 거창한 얘기다. 내가 뽑은 선수에게 신뢰를 보내주는 것이 감독으로서 도리이다. 팀의 주축인 강유택이 포스트 시즌에선 자기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하기에 믿었다."

  
신안천일염의 이상훈 감독과 선수들이 201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폐막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 2차전 첫판(강유택 대 김세동)을 강유택이 이기자 생중계 사이트에선 3대 0으로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상 했었나. 
"단순히 결과만 보면 3대 0이라 쉬운 거 같지만 바둑리그는 변화가 많고 속기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강유택이 객관적으로 (랭킹이) 유리해 내심 기대는 했다."
 
- 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이세돌과 맞붙을 상대팀 선수로 성적이 좋았던 조한승이나 이지현을 꼽던데 이세돌의 기량을 확신해서인가 아니면 강대강의 대결을 선호하는 스타일인가. 
"이세돌 선수가 주장이고 가장 믿을 수 있어서 상대 1, 2장과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이세돌 선수가 지면 치명적이지 않은가. 
"물론 주장이 지면 팀 분위기도 많이 꺾인다. (옆에 있던 이 9단이 나서서 설명해준다) '작년에 제가 져서 우리 팀이 준우승에 머물렀다' 상대팀도 마찬가지이다. 이지현 선수의 활약에 따라 팀 성적이 바뀌지 않았나."
 
- 팀 분위기가 상대팀에 비해 조용하다고 알려졌다. 감독의 스타일인가. 
"꼭 그렇진 않는데 저는 자율적으로 했다. 시합일엔 당사자 외에는 꼭 나올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나왔다. 다른 팀 감독들은 후배기사들과 기원에서 모임도 갖고 교류도 활발한데 저는 바둑도장 일 때문에 후배들과 교류가 적은 편이다. 그런 부분에서 후배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다."
 
- 챔프전 시리즈를 앞두고 팀의 대들보인 이 9단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패하고 돌아왔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리즈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는데 이 9단은 보란듯이 3연승으로 주장의 역할을 다했다. 이 9단을 어떻게 다독였는지 알고 싶다.
"중국에서 열린 삼성화재배를 지고 와선 통화를 못했고 명인전 결승에서 패했을 때는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했다. 저도 기사생활을 해봐서 아는데 위로가 잘 안 된다. 이세돌은 워낙 큰 대회를 많이 치러봐서 회복 능력은 좀 빠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때 이 9단이 웃으며 '그래도 많이 아파'라고 말한다). 프로는 100번을 이겨도 한번 지면 아픈 거 아닌가(또 이세돌이 거든다. '결과적으로 두 대회-삼성화재배와 명인전-가 연달아 열린 게 독이 됐다').
 
- 이 9단이 지난해 무관으로 전락했다. 나이 탓인가. 어떤 사람은 오랜 기러기 생활의 후유증으로 보기도 한다. 
"정확하게 이유를 댈 수는 없는데 나이를 먹으면 집중력이 미세하게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또 시야가 넓어지는 등 더 발전하는 부분도 있는 거 같다. 바둑 내용을 봤을 때 상대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든다. 국내 언론이 조금 부진하면 질책을 너무 심하게 하고 좀 잘하면 막 띄워주는 분위기가 심한데 그런 점은 아쉽다."
 
- 한국 바둑이 중국에 밀리는 이유는. 
"중국의 바둑 인구가 많다거나 한국 바둑의 속기화(속기대국이 많아서 선수들이 실수를 많이 한다는 주장)를 말하는데 주요 원인은 아니고, 제 생각엔 중국은 국가적인 지원을 해줘서 프로가 되면 단체로 바둑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데 우린 그런 지원이 없다. 성적이란 게 한없이 오를 수는 없으니 젊은 기사들은 입단을 해도 방황하고 불안해 한다. 그런 위기감 때문에 한국기원에서 상비군도 만들고 대책을 찾고 있지 않은가. 바둑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김지석 최철한 박정환 박영훈 등 정상권의 선수들도 많이 느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토토 대상 경기 종목에 바둑이 들어갔다면 젊은 선수들이 구단에 소속돼 좀 더 안정적으로 바둑공부에 전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 이 9단이 이달 26일 구리와 10번기 첫 대회를 앞두고 있다. 구리도 요즘 저조한 거 같다. 
"두 사람이 친하기도 하고 성적도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부진할 땐 같이 부진하고 잘 나갈 땐 같이 좋고. 둘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려고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든다. 저야 형이니까 당연히 동생이 이기길 바라지만 재밌는 승부를 펼쳐 줬으면 좋겠다."
 
- 10번기 상금 배분이 너무 잔인하지 않는가. (10번기는 먼저 6승을 하는 선수가 상금 500만 위안<약 8억="" 7000만원="">을 독식하고 5승 5패가 되면 똑 같이 나눈다) 
"승부사들이 극단적인 경우를 즐기는데 이세돌은 특히 더 한 거 같다(다시 이세돌이 나서서 '(성적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프로세계에선 당연하다. 또 10번기는 예선 없는 결승전 형식이기 때문에 상금을 배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 동생 이세돌 9단이 세계 최강의 기사이고 이세나 씨는 월간바둑 기자로 활동하는 바둑 가족이다. 세계 최고의 기사를 동생으로 둔 형으로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사람살이에 어려운 점이 왜 없겠나. (웃음) 바둑을 좋아해서 세계정상까지 올랐지만 정상에 있다 보면 패배가 더 아픈 법인데 가족이고 형이니까 패배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두 형제는 바둑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고 묻자 "대부분 술"이라고 말하며 서로 너무 많이 마셔서 탈이라고 웃는다. 둘이 만나면 바둑계 애기도 하고 궁금했던 바둑의 수도 묻고 형이 동생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단다.
 
또 두 기사는 아마추어들이 실력을 기르기 위해선 자신의 바둑을 복기해보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 무작정 고수들의 기보를 놔봤자 수에 담긴 뜻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이 9단은 복기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바둑이 끝났다고 끝난 건 아니다. 복기를 해야 마무리가 된 것이다. 제일 좋은 건 상대와 같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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