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여고 1년생과 24세 대학생의 결혼이야기를 다룬 ''''어린신부''''는 소녀들을 위한 순정만화와 같은 재미로 가득찼다. ''''편지'''' ''''산책'''' 등의 조감독으로 감수성을 익힌 김호준 감독이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을 데뷔작에 쏟아 넣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성인들이 보기에는 ''''16세의 여고생 신부''''라는 설정 자체가 ''''그야말로 만화''''라고 하겠지만 이성에 어느 정도 눈을 뜬 여중고생들에게 결혼은 소꿉놀이의 실현이기 때문에 영화에서의 그 설정을 쉽게 받아들일 것 같다. 결혼이 ''''적과의 동침''''임을 알기에 그들은 너무 어리지만.
감독은 ''''장화,홍련''''의 주인공 자매 중 둘째 문근영을 캐스팅해 육체적으로는 성인이나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보호받아야할 소녀인 어린 신부 보은 역할을 맡겼다. 그리고 그네 또래들이 좋아할 이상형 김래원을 신랑 박상민 역으로 투입,소녀들 특유의 괴성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김래원이 촬영을 위해 모 여고를 방문했을 때 스타를 향한 학생들의 괴성에 촬영을 중단할 정도였으니 적절한 캐스팅이었던 셈.
보은과 상민이 양가의 동의 아래 법적 결혼을 하게 된 것은 보은의 할아버지(김인문)의 병상에서의 숨 넘어가는 전략 때문. 그는 친구였던 상민 조부와 후대에서 반드시 혼인을 시켜 사돈이 되자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죽기 전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색하기 이를데 없는 시나리오지만 아무튼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이상한 동거''''를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친남매처럼 자라 오빠로 부르는 보은이 상민에겐 신부가 아닌 동거인에 지나지 않아 밤이 고통이다. ''''섹시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대사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얘기해 준다.
남자 관객들에겐 세라복을 대하는 이상 심리, 여자 관객들에겐 왕자같은 남자와의 알콩달콩한 신혼재미를 만족시켜 주려는 의도의 작품. 왠지 어색한 시나리오를 상쇄시켜주며 영화적 재미를 더해주는 인물은 아무래도 문근영. 존칭도 그렇다고 딱히 하대도 아닌 ''''…밥은 먹고 가지'''' 등 소녀들만의 말투와 춤 노래 등으로 스크린이 좁아 보인다. 어리지만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배우가 문근영이다.
전정희기자 jhjeon@kmib.co.kr